취임 1년 2개월만에 불명예 퇴진
북·미대화 교착, 코로나 등 반전 기회 못 찾아
"한반도평화·번영 국민 기대 부응 못해 죄송"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6일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 출석, 업무보고를 하는 도중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북한 김연철 장관이 국회에서 업무보고를 하는 도중 개성공단 지역에서 폭음과 연기가 관측됐다./윤동주 기자 doso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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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7일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비무장지역에 군대를 전개하겠다고 밝히는 등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빠져든 상황에서다.
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는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많은 국민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남북관계 악화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에서는 분위기를 쇄신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도 제게 주어진 책무가 아닐까 생각했다"라고 했다.
사임을 결심한 시점에 대해서는 "남북관계 악화에 대해 현재의 상황을 예상할 수 있었던 시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부분들과 관련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김 장관은 현재 남북관계가 경색된 현 상황에 대해 "6·15 공동선언 20주년 기념사를 읽어보시면 대체로 현재 상황에 대한 제 입장을, 추상적이지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20주년 더불어민주당 기념행사'에서 "남북관계 역사에는 수많은 난관과 도전이 있었고, 앞으로도 해결해야 할 과제와 넘어야 할 고비가 적지 않을 것"이라며 "6·15 정신은 사대가 아니라 자주, 대결이 아니라 평화, 분단이 아니라 통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 사의를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6일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북한 김연철 장관이 국회에서 업무보고를 하는 도중 개성공단 지역에서 폭음과 연기가 관측됐다./윤동주 기자 doso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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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8일 취임한 김 장관은 이로써 취임 1년 2개월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김 장관은 장관 후보자로 임명됐을 당시 야당이 '낙마 1순위'로 꼽는 등 우여곡절 끝에 국무위원직에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나면서 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동력을 잃어가던 때, 김 장관을 지명했다.
김 장관은 학자 시절 뚜렷한 소신과 거침없는 발언으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열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당시 김 장관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김 장관 내정은 미국과 관계없이 한반도 정세를 밀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북·미 대화는 이후에도 줄곧 수평선을 내달리며 접점을 찾지 못했다. 북한은 강도높은 대남 비난을 시작했고,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철수, 금강산 관광지구 일방철거 등 악재만 지속됐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등 외부요인도 겹치면서 대북사업은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했다.
김 장관은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코로나19가 없었더라면 북한 개별관광은 이미 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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