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에 이날 오전 사의 전달…"분위기 쇄신 계기 마련하는 것도 제 책무"
통일부 내부 당혹…기자실 방문 전까지 소수 당국자만 알아
굳은 표정의 김연철 장관 |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정래원 기자 =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17일 최근 남북관계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 6층 기자실을 찾아와 "저는 남북관계 악화의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많은 국민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러한 뜻을 이날 오전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남북관계 악화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에서는 분위기를 쇄신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도 제게 주어진 책무가 아닐까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사임을 결심한 시점에 대해서는 "남북관계 악화에 대해 현재의 상황을 예상할 수 있었던 시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부분들과 관련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현재 남북관계가 경색된 현 상황에 대해 "6·15 공동선언 20주년 기념사를 읽어보시면 대체로 현재 상황에 대한 제 입장을, 추상적이지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20주년 더불어민주당 기념행사'에서 "남북관계 역사에는 수많은 난관과 도전이 있었고, 앞으로도 해결해야 할 과제와 넘어야 할 고비가 적지 않을 것"이라며 "6·15 정신은 사대가 아니라 자주, 대결이 아니라 평화, 분단이 아니라 통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지난해 4월 8일 취임 후 약 1년 2개월 만에 통일부 장관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김 장관의 갑작스런 사의 표명에 통일부 내부에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사퇴 소식은 김 장관이 이날 오후 3시께 기자실을 찾기 직전까지 소수의 당국자들만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관계자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라면서 "여러 상황의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취임한 김 장관은 올해 1월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라는 악재도 겹치면서 대북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김연철 통일장관 사의 표명 |
북한은 최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을 필두로 남측 일부 탈북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연일 대남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북한은 전날 개성 남북공동연락소 청사를 폭파한 데 이어, 이날은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이날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단 지역에 군부대를 재주둔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복구와 서남해상 전선 등 전반적 전선에서 군사훈련을 재개하겠다는 계획도 발표, 사실상 9·19 군사합의를 파기할 뜻을 밝혔다.
또 북한은 남측이 지난 15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특사로 파견하겠다는 통지문을 보냈으나 김 제1부부장이 거절한 사실을 공개해 남북관계 단절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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