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5일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응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특사로 파견하겠다는 제안을 북측에 전달 한 가운데,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이를 “뻔한 술수”라고 거절하면서 다시 한 번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17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15일 남조선 당국이 특사파견을 간청하는 서푼짜리 광대극을 연출했다”며 “우리의 초강력 대적 보복공세에 당황망조한 남측은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김정은)께 특사를 보내고자 하며 특사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으로 한다면서 방문시기는 가장 빠른 일자로 하며 우리 측이 희망하는 일자를 존중할 것이라고 간청해왔다”고 밝혔다.
통신은 이어 “남측이 앞뒤를 가리지 못하며 이렇듯 다급한 통지문을 발송한 데 대해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뻔한 술수가 엿보이는 이 불순한 제의를 철저히 불허한다는 입장을 알렸다”며 “이렇듯 참망한 판단과 저돌적인 제안을 해온데 대해 우리는 대단히 불쾌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특히 문 대통령을 겨냥해 “특사파견놀음에 단단히 재미를 붙이고 걸핏하면 황당무계한 제안을 들이미는데 이제 더는 그것이 통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똑똑히 알아두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김 제1부부장은 문 대통령을 향해 경고까지 남겼다. 그는 “남조선 당국은 특사파견과 같은 비현실적인 제안을 집어들고 뭔가 노력하고 있다는 시늉만 하지 말고 올바른 실천으로 보상하라”며 “험악하게 번져가는 지금의 정세도 분간하지 못하고 타는 불에 기름끼얹는 격으로 우리를 계속 자극하는 어리석은 자들의 언동을 엄격히 통제 관리하면서 자중하는 것이 유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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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이면 북측이 개성공단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기 바로 전날이자 김 제1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다음 단계 행동’으로 대남 군사 행동을 예고한 지 이틀째 되는 날이다. 정부는 북측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하려고 장비를 옮기는 등의 특이 동향을 감지하고 남북 ‘핫라인’을 통해 특사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북측은 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특파 파견을 거절한 사실을 일방적으로 공개했다. 이는 남한과의 관계를 되돌리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되는데, 이날 김 제1부부장은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스럽다’는 제목의 담화를 통해 관계 단절을 향한 의지를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김 제1부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6·15 선언 20주년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조롱하면서 “본말은 간데 없고 책임회피를 위한 변명과 오그랑수를 범벅해놓은 화려한 미사여구로 일관되어 있다”고 표현했다.
그는 “북남관계가 돌이킬수 없는 최악의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남조선 당국자가 드디어 침묵을 깼다”며 “2000년 6.15공동선언서명시 남측 당국자가 착용했던 넥타이까지 빌려매고 2018년 판문점선언때 사용하였던 연탁앞에 나서서 상징성과 의미는 언제나와 같이 애써 부여하느라 했다는데 그 내용을 들어보면 새삼 혐오감을 금할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한마디로 맹물먹고 속이 얹힌 소리같은 철면피하고 뻔뻔스러운 내용만 구구하게 늘어놓았다”며 “명색은 대통령의 연설이지만 민족앞에 지닌 책무와 의지, 현 사태수습의 방향과 대책이란 찾아볼래야 볼수가 없고 자기변명과 책임회피, 뿌리깊은 사대주의로 점철된 남조선 당국자의 연설을 듣자니 저도 모르게 속이 메슥메슥해지는것을 느꼈다”고 맹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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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금과 같은 사태가 대북전단(삐라) 살포 문제 때문이라는 점도 다시 한 번 언급했다. 김 제1부부장은 “엄중한 현 사태가 쓰레기들의 반공화국 삐라살포 망동과 그를 묵인한 남조선 당국 때문에 초래되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며 “이런 뻔뻔함과 추악함이 남조선을 대표하는 최고 수권자의 연설에 비낀 것은 참으로 경악스러운 일이 아닐수 없다. 요사스러운 말장난으로 죄악을 가리워 버리고 눈앞에 닥친 위기나 모면하겠다는것인데 참으로 얄팍하고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관계에 대해서도 노골적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오늘 북남관계가 미국의 농락물로 전락된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당국의 집요하고 고질적인 친미사대와 굴종주의가 낳은 비극”이라며 “문제는 시궁창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이 순간까지도 남조선 당국자가 외세의 바지가랭이를 놓을 수 없다고 구접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어쨌든 이제는 남조선 당국자들이 우리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나앉게 됐다. 앞으로 남조선 당국자들이 할수 있는 일이란 후회와 한탄 뿐일 것”이라며 “신의를 배신한 것이 얼마나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인가를 남조선 당국자들은 흐르는 시간속에 뼈아프게 느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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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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