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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윤석열, ‘한명숙 수사 의혹’ 조사 중앙지검 배당…대검 감찰부 '패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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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조사했던 한동수 감찰부장, 인권감독관실에 항의
“사실상 강제중단” “안 따르면 지시 불이행” 내부서도 이견
[경향신문]

‘한명숙 전 총리 뇌물사건 강압수사 의혹’에 대해 이미 한 달 넘게 사실상 감찰을 진행한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의 ‘반대’ 의견에도 대검이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과정이 강행 처리되면서 하나의 진정 사건을 대검 감찰부와 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이 모두 맡게 됐다. 한 부장은 사건을 맡은 인권감독관실에 항의성 공문도 보냈다.

법무부가 ‘한명숙 뇌물사건’ 수사팀 검사들의 수사권 남용 의혹을 담은 최모씨의 진정서를 대검 감찰부에 보낸 것은 지난 4월17일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16일 “통상 진정서가 검사 비위 관련이면 감찰부에 보낸다”고 말했다.

한 부장은 진정서가 접수된 직후부터 한명숙 뇌물사건 당시 수사팀 검사들에 대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대검에 따르면 윤석열 검찰총장은 진정 사건 접수에 대해 지난달 28일 보고를 받고 다음날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보냈다. 감찰부가 사건 조사에 착수한 지 한 달여 만이다. 한 부장은 조사가 이미 한 달 이상 진행됐다는 점을 들어 ‘사건을 줄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한 부장은 지난 1일 진정 사건을 배당 받은 인권감독관실에 ‘감찰부가 사건을 맡고 있다’는 항의성 공문도 보냈다.

양측 입장이 조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권감독관실은 대검 인권수사자문관 등 두 명을 보강해 전담 조사팀을 꾸리고 지난 10일 한 전 총리 수사기록 검토에 착수했다. 이 사건을 아는 검찰 내부 관계자는 “감찰부 조사는 사실상 강제로 중단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반면 대검 관계자는 “감찰을 중단시킨 게 아니라 진정 사건을 절차대로 배당한 것”이라며 “수사 관련 인권침해 의혹 사건은 문재인 정부 들어 출범한 인권감독관에 배당했다”고 했다. 그는 “한 부장이 배당을 따르지 않았다면 지시 불이행”이라고 했다.

인권감독관 배당이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다. 조사 대상인 모 부장검사는 윤 총장이 지난 1월 첫 대규모 검찰 인사가 나기 직전 대검에 남겨달라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요청했던 측근으로 알려졌다. 인권감독관은 조사 과정을 소속 검사장과 대검 인권부에 보고해야 한다. 반면 외부인사인 감찰부장은 비위 의혹이 있는 간부급 검사에 대해서는 개시 사실과 결과만 보고한다. 재경지검 ㄱ검사는 “총장 직계에 대한 수사와 감찰을 감찰본부가 아니라 인권감독관에게 맡긴다는 건 감찰부장이 총장 말을 안 듣는 사람이란 것”이라고 했다.


현재 진정 사건 조사를 맡는 이용일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은 2006~2007년 대검 중수부에서 당시 검찰연구관이었던 윤 총장과 함께 현대자동차 비자금 수사를 했다. 대검은 ‘한명숙 수사팀’에 대한 징계시효가 도과됐다는 이유로 “감찰부 소관 사항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감찰3과 전신인 특별감찰단 신설 당시 보도자료에는 “비위 발생 시 신속하게 조사하고 범죄 혐의가 확인될 경우 직접 수사할 것”이라고 명시됐다. 역할은 ‘고검 검사급 이상 검찰 간부의 비위 정보 수집 및 감찰 수사’이다.

현재 대검 훈령인 감찰부장의 직무독립 규정은 상위법인 검찰청법과 충돌한다. 검찰청법 12조는 ‘검찰총장은 검찰 사무를 총괄해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고 돼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총장의 지휘권에서 감찰부장은 예외로 두도록 검찰청법을 고치지 않는 한 감찰부장의 독립성은 보장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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