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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N번방의 시초' 손정우 사건

"한국에서 처벌받을 수만 있다면···" 손정우가 법정에서 흐느끼며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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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송환여부 가리는 인도심사 2차 심문

손정우측 "범죄수익 은닉 기소안한 檢 탓"

檢 "혐의 부인하면서도 적용하라니 모순"

7월6일 3차 심문기일 진행 후 결정하기로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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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철없는 잘못으로 사회에 큰 피해를 입혀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스스로도 너무나 부끄럽고 염치가 없지만 대한민국에서 처벌받을 수 있다면 어떤 중형이든 받고 싶습니다. 정말 다르게 살고 싶습니다. 아버지 얼굴도 못 보겠고···.”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24)씨는 16일 서울고법 형사20부(강영수·정문경·이재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범죄인 인도심사 두 번째 심문기일에서 흐느끼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던 손씨는 이날은 직접 법정에 나와 입장을 밝혔다.

손씨 측은 기소 당시 범죄수익 은닉 혐의가 적용됐다면 미국의 인도 요청 자체가 없었을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국내에서 범죄수익 은닉 혐의에 대한 수사가 충분히 이뤄졌음에도 검찰이 손씨를 아동 성 착취물 유포 등 혐의만으로 기소하는 바람에 송환 논의가 시작됐다는 게 손씨 측 입장이다.

손씨를 기소할 당시 국내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범죄수익 은닉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국내에서 기소되지 않은 자금 세탁 혐의만 인도심사 대상에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손씨의 변호인은 “검찰 수사기록을 보면 손씨가 아버지 명의의 계좌를 이용한 정황이 충분히 나왔다”며 “아동음란물 관련 혐의뿐 아니라 범죄수익 은닉도 검찰이 수사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변호인은 “검찰이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았든 기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사건 인도 청구가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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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은 또 “현 단계에서는 기소만 되면 손씨가 (국내에서) 처벌받을 수 있다”면서 “손씨가 중죄를 받더라도 가족이 있는 대한민국에서 처벌받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범죄인 인도법에 따르면 국내 법원에서 재판 중이거나 재판이 확정된 경우는 인도 거절 사유가 된다.

이에 검찰은 “인도법 취지가 인도한 죄만 처벌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기소할 정도로 실체적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수사가 완성됐는데 의도적으로 불기소했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처벌받은 사건은 다시 처벌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미국 법무부 서신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범죄수익 은닉 혐의를 놓고 손씨 측과 검찰의 질답도 이뤄졌다. 변호인은 검찰에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손씨의 비트코인 관련 수사를 했는데, 그때 추가 수사를 통해 범죄수익 은닉 수사를 못한 거냐”고 물었다.

이에 검찰은 “사후판단으로 가정하면 모든 것이 다 가능했다고 보일 것”이라며 “그러한 판단을 한다면 모든 일이 다 가능하도록 처리됐어야 한다”고 답했다. 손씨 측이 기소 단계에서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다가 인도심사가 시작되자 그제서야 검찰 탓을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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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손씨 측이 범죄수익 은닉 혐의와 관련해 모순된 논리를 펴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손씨 측이 ‘검찰은 기소 당시 범죄수익 은닉 혐의를 적용했어야 한다’면서도 ‘자금을 은닉하려는 목적은 없었다’는 입장을 피력한 데 따른 것이다.

검찰은 “변호인은 범행을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며 “한쪽에서는 (범죄수익 은닉을 입증할) 소명이 없다고 하고 한쪽에선 그 충분한 증거가 있다는 모순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11일 손씨의 아버지는 서울중앙지검에 아들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아들이 범죄수익 은닉 혐의로 국내에서 처벌받게 되면 이중 처벌 금지 원칙에 따라 미국 송환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이날 손씨 측은 첫 기일에서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아동음란물 혐의 등으로 처벌받지 않을 것을 보증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범죄인 인도법 제10조가 인도 대상 범죄 외의 범죄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청구국(미국)의 보증이 있어야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다고 규정한 점이 손씨 측이 제시한 근거였다.

변호인은 “국내에서 처벌받은 혐의(아동음란물 혐의 등)에 대해 다시 처벌받지 않는다는 보증이 실제로 없기 때문에 (보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심문에는 손씨의 아버지도 방청객으로 참석했다. 심문이 끝난 후 손씨의 아버지는 기자들과 만나 “여태까지 (손씨를) 돌보지 못하고 지내온 게 한이 된다”면서 “(아들이) 한국에서 죄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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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씨는 2015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특수한 브라우저를 사용해야 접속할 수 있는 다크웹(Dark Web)에서 아동 성 착취물 공유 사이트인 웰컴 투 비디오를 운영하며 유료회원 4,000여명에게 수억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받고 아동음란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재판 결과 손씨는 징역 1년6개월이 확정돼 지난 4월 복역을 마쳤지만, 미국 송환을 위한 인도구속영장이 발부돼 재수감된 상태다.

이와 별개로 미국 연방대배심은 2018년 8월 아동 음란물 배포 등 6개 죄명과 9개 혐의로 손씨를 기소했다. 미국 법무부는 손씨의 출소를 앞두고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른 강제 송환을 요구해왔다.

재판부는 내달 6일 마지막 심문기일을 진행한 후 인도 허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당초 재판부는 이날 심문을 마친 뒤 곧바로 결정을 내릴 예정이었지만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결정은 다음 기일 직후로 미뤄졌다.

인도심사는 단심제라 불복 절차가 없다. 만약 재판부가 미국 송환을 결정하고 법무부 장관이 승인하면 손씨는 한 달 내 미국에 송환된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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