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24)씨에 대한 미국 송환 여부가 다음달 판가름 난다. 인도 필요성을 심사하는 법원은 내달 6일 심문을 끝으로 최종 결정을 고지하기로 했다.
서울고법 형사20부(부장판사 강영수)는 16일 오전 손씨의 범죄인 인도심사 2차 심문을 열고 "당초 오늘 심문 직후 송환 여부를 결정하려고 했지만 제출된 수사 서류가 많아 다음 주로 판단을 미루려고 한다"며 "심문기일을 한 번 더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범죄인인도법에는 구속된 날로부터 두 달 안에 인도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돼 이지만 범죄인 방어권 보장에 의해 충분한 심리를 거치도록 돼 있다"고 부연했다.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의 운영자 손정우 씨의 미국 송환 여부를 결정하는 범죄인 인도심사 두 번째 심문기일이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고 있다. 손 씨가 피고인석에 앉아 대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
◆변호인, 같은 논리 속 무죄 입장 번복 = 이날 심문은 손씨가 한미 간 조약 등에 따라 국제자금세탁 혐의로 범죄인 인도가 청구되면서 지난달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다. 손씨가 아동 성착취물 배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질 당시 제외된 범죄수익은닉 관련 혐의에 대한 심문이었다.
변호인은 지난 심문 때와 비슷한 논리로 미국 송환이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국내에서 처벌받은 혐의로 다시 처벌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보증이 없다"며 "이 부분에 대한 보증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범죄인 인도법 제10조를 근거로 한 주장이었다.
그는 또 "범죄인은 대한민국 국민이고, 범죄도 국내에서 이뤄져 임의적 거절사유에 해당한다"며 "해당 혐의에 대한 수사도 다 됐고 손씨 아버지가 고소를 한 상태인 만큼 기소만 이뤄지면 국내에서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범죄인 인도법은 인도를 거절할 수 있는 경우로 ▲정치적 성격의 사건과 함께 ▲절대적 사유 ▲임의적 사유 등 3가지로 나눠놓고 있다.
변호인은 다만 지난 심문에서 밝힌 무죄 입장을 이날 번복했다. 그는 "지난 심문에서는 해당 혐의에 대해 은닉 목적이 없다고 주장한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혐의를 인정하는 취지였다"고 했다. 변호인은 지난달 심문에서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를 주장하는 것이냐'는 재판부 질문에 "네"라고 답한 바 있다.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의 운영자 손정우 씨의 미국 송환 여부를 결정하는 범죄인 인도심사 두 번째 심문기일이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렸다. 중계 법정 안에서 취재진이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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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실수로 미국 갈 순 없어" = 이날 심문에서는 손씨 인도 요청의 근거가 된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기소 당시 검찰이 왜 제외했느냐를 놓고 양측의 공방이 벌어졌다.
변호인은 "범죄인의 적극적인 협조로 검찰은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는데 이걸 만약 인공지능(AI)이나 컴퓨터가 기소했다면 빠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 부분 기소가 됐다면 범죄인 인도 요청의 대상도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의 실수로 기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씨가 뒤늦게 미국으로 송환되는 건 비인도적이라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이에 맞서는 검찰 측은 "변호인은 검찰이 과거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았다는 것을 현재 시점에서 사후판단을 하고 있다"며 "이 사건 기록을 보면 당시 검찰 수사의 초점은 송치된 아동청소년 음란물 등을 통한 남아있는 수익을 몰수 추징하는 데 있었다"고 반박했다. 기소를 하기에는 추가 수사가 필요했고, 수사 포커스 또한 달랐다는 얘기다. 검찰은 "현재 사후판단을 하면 모든 것이 다 가능하다"며 "그런 식이면 모든 게 전지전능으로 처리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의 운영자 손정우 씨의 미국 송환 여부를 결정하는 범죄인 인도심사 두 번째 심문기일이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렸다. 중계 법정 안에서 취재진이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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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우 최후 발언에서 결국 눈물 = 이날 법정에는 지난 심문 때 불출석한 손씨가 직접 나와 이러한 사법절차를 지켜봤다. 황토색 수의를 입고 하얀색 마스크를 착용한 그는 심문이 진행된 1시간여 동안 대부분 정면을 응시했다. 손씨 아버지 등 가족들이 앉아 있는 방청석 쪽으론 눈을 돌리지 않았다.
손씨는 이날 재판부가 미국의 인도 요청에 따른 입장을 묻자 "만약 한국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다면 어떤 중형이라도 달게 받겠다"며 "가족이 있는 한국에 있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심문 말미 재판부가 마지막 발언 기회를 주자 "제 잘못으로 사회에 큰 피해를 끼쳐 정말 죄송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어 손씨는 "자신이 너무나 부끄럽고 염치없지만 대한민국에서 다시 처벌 받을 수 있다면 어떤 중형이든 받겠다. 이렇게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생각 못 했는데 그동안…"라며 말을 다 잇지 못하고 오열했다.
감정을 추스른 손씨는 "컴퓨터, 게임, 인터넷으로 하루하루를 방황하고 허비했는데, 정말 바르게 살고 싶다. 아버지와 많은 시간을 못 보내 정말 죄송하다"며 눈물을 훔쳤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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