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성착취물 1300여개 제작
대구고법, 징역3년→2년6개월 선고
또다른 한명은 1심 실형서 ‘집유’로
“기계적 판결 여전” 누리꾼들 분노
가해자 엄벌할 양형기준 서둘러야
‘엔(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씨 재판이 열린 11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연대의 의미로 끈을 잇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이들은 조씨를 비롯한 온라인 성착취 가해자들을 엄벌할 것을 촉구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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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수십명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을 제작한 ‘엔(n)번방’ 피의자들이 붙잡혔지만, 법원이 엔번방 사건을 빼닮은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들에게 항소심에서 감형을 해준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 피의자에겐 ‘나이가 젊다’는 등의 이유로 원심을 뒤집고 집행유예를 선고한 사실이 드러나 비난을 사고 있다.
대구고등법원은 지난 10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1300여개를 제작·배포한 혐의를 받는 박아무개(41)씨에게 1심(징역 3년)보다 낮은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경찰의 설명을 들어보면, 박씨는 다수의 미성년자를 협박해 성착취물을 찍게 하고, 이를 텔레그램 대화방에 유포한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됐다. 엔번방 핵심 피의자 ‘갓갓’ 문형욱(24)씨와 수법이 비슷하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아무개씨도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 재판을 방청한 엔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팀 ‘엔드’(eNd)는 “피고인이 나이가 젊고, 피고인의 부모가 피해자 부모에게 오랜 기간 용서를 구하고자 노력했으며 지인들이 선처를 구한다는 게 감형 사유였다”고 전했다. 엔드는 “박씨의 감경사유도 ‘형사처벌의 전력이 없고, 반성하고 있으며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판에 박힌 내용이었다. ‘엔번방은 솜방망이 판결을 먹고 자란다’는 것을 직접 목격한 방청이었다”고 허탈해했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사법부가 ‘봐주기 판결을 일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엔드를 중심으로 트위터에서는 ‘#N번째_징역_2년6개월’이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확산되며, “신씨의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검찰이 상고하도록 민원으로 압박하자”는 목소리가 크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재판부는 ‘눈 가리고 아웅’ 식 판결을 선고하면 시민들이 납득하고 넘어갈 거라 생각한 건가”, “피해자는 평생 낙인찍혀 살게 될 텐데 (법원이) 가해자들은 열심히 살라고 토닥여주네”라는 글을 남겼다.
오는 12월 의결을 앞둔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가해자를 엄벌할 양형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혜겸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는 “양형기준표에 나와 있는 감경사유가 2심에서 추가됐을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사법부 판결이 국민 법감정에서 벗어나 있어서 ‘기계적 판결’을 해왔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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