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의 집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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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잇따른 말 폭탄으로 남·북 및 북·미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종전선언' 결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히면서 자칫 미국과의 대북 정책 공조에 엇박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4일 더불어민주당·정의당·열린민주당 등 범여권 국회의원 173명은 6·15 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진전없는 종전선언은 불가하다”는 입장이 명확하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지난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평양 회담을 앞두고 남북 차원의 종전선언을 검토했다. 그러나 이 무렵 임명된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현 국무부 부장관)는 “북한이 구체적으로 비핵화 행동을 취할 때까지 종전선언은 어렵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한국에 전달했다고 한다.
미국 측은 지난해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으로 볼 수 있는 항목을 북측에 제안했지만, 북측이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의 ‘최종상태(end state)’와 이에 이르는 로드맵 합의를 거부하면서 최종 성사되지는 않았다. 북한도 당시 종전선언 채택 보다는 대북 제재 해제에 올인하고 있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종전선언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고 비핵화를 위한 긍정적 협상 카드로 본다”면서도 “다만 쌍방간의 조치가 없는 일방적 종전선언은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오른쪽)는 2018년 9월 14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을 만나 "북한의 비핵화 행동 없이는 종전선언도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NHK 온라인판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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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맥락에서 국회가 ‘나 홀로 종전선언’을 이 시점에 추진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우려가 나온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공격적 성명과 담화를 쏟아내는 상황에서 지금은 북한이 새롭게 들고나온 접근법에 대한 한·미 간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한 때”라며 “이런 마당에 여당 중심으로 종전선언을 밀어붙이면 미국은 ‘한국 대북정책의 목표가 과연 비핵화인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종전선언을 통해 북측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게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쁜 행동에 당근을 주는 인상만 불러일으킬 거라는 얘기다. 미 국무부는 14일(현지시간)에도 대변인실 논평을 통해 “북한의 최근 행동과 담화들에 실망했다”며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 노력에 있어 동맹국인 한국과 계속 긴밀하게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그간 종전선언이 전쟁 종식의 최종 목표인 ‘평화 협정’의 일부라고 설명해왔다.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정치적 선언 정도로 해석해왔다. 그러나 엄밀히 정전협정의 체결 주체는 유엔사와 북한·중국이었고 한국은 빠져 있었기에, 한국이 평화협정 전 단계로서의 종전선언도 나 홀로 치고 나가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단순히 한국 내 종전선언이나 남북 간 종전선언은 국제법적 효력이 없는 정치적 선언으로, 실제 종전 효과를 낼 수도 없다”며 “미·중은 물론 북한의 참여도 담보할 수 없는 선언을 국회 결의안으로 촉구하더라도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갖기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남북 정상은 이날 한반도 비핵화, 종전선언을 포함한 평화체제 구축, 남북관계 개선 등의 의제를 논의했다. [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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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 논의가 자칫 주한미군 철수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야권 일각에선 나온다.
무소속 윤상현 의원은 14일 입장문을 내고 “북한이 종전선언에 담은 진짜 비수는 주한미군 철수”라며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는 완전히 사라지고 ‘공인 핵보유국 북한’과 한국이 미국을 상대로 주한미군 철수를 논의하는 구조로 한반도 외교 지형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주독미군 감축 계획을 밝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 그리넬 전 대사가 주한미군 병력 감축 가능성을 제기한 시점에서 이같은 흐름은 안보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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