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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이슈 [연재] 중앙일보 '김식의 야구노트'

[김식의 야구노트] 경기장 밖 ‘3밀 응원’ vs 경기장 안 ‘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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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중 경기 길어지자 편법 등장

야외인 만큼 제한적 개방 가능해

응원 문화 바꾸는 불편 감수하면

야구장이 생활방역 모범될 수도

중앙일보

야구 팬은 무관중 경기로 진행되는 KBO리그를 각자의 방식으로 즐기고 있다. 지난달 5일 정규시즌 개막전 당시 LG 팬들이 서울의 한 식당에 모여 응원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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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14일 두산 베어스와 홈 경기 9회 말, 노태형의 끝내기 안타로 7-6으로 승리했다. 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프로야구 역대 최다 연패(18연패)와 타이를 이뤘다가, 벼랑 끝에서 간신히 탈출했다. 한화 선수들 함성은 관중석이 텅 빈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 울려 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 경기로 진행되는 KBO리그에선 익숙한 풍경이다.

현장 인근에 한화 팬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일부 팬이 야구장 뒤 보문산 전망대에서 응원 깃발을 흔들며 환호했다. 선수는 잘 보이지 않았고, 응원 소리는 닿지 않을 만큼 먼 거리다. 그래도 그들은 한화 야구를 ‘직관’하며 응원했다. 접근성이 좋은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는 이런 장면을 더 자주 볼 수 있다. 서울 잠실구장 인근 술집에서는 경기가 열릴 때마다 LG와 두산 팬들이 모여서 응원전을 벌인다.

지난달 5일 개막한 KBO리그가 무관중 경기로 진행되고 있다. 팬들은 이미 여러 형태로 야구를 즐기고 있다. 그런데 음식점과 주점에서 하는 실내 응원이 걱정스럽다. 질병관리본부(질본)가 시민에게 경계하라고 당부한 ‘3밀(밀폐된 장소, 밀집한 모임, 밀접한 접촉)’에 모두 해당한다.

질본과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정규시즌 개막 전부터 단계적 관중 입장 계획을 세웠다. 무관중 경기로 시즌을 시작한 뒤, 관중석 10% 개방을 시작으로 차차 문을 넓힐 방침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확산세가 쉽게 꺾이지 않으면서 40일 동안 관중이 입장하지 못했다. 대신 경기장 밖 응원은 늘었다. 문체부와 KBO는 언제까지 ‘3밀 응원’을 두고 볼 건지 고민해야 한다. 오히려 ‘야구장 방역’ 매뉴얼을 만들어 ‘안전힌’ 응원을 ‘양성화’하는 편이 낫지는 않은가 숙고해야 한다.

야구장은 다른 유흥, 여가 시설과 비교해도 생활 방역을 실천하기 좋은 조건이다. 9개 구장 중 8개가 야외여서 환기 걱정이 없다. 또한 관중석이 지정 좌석제라서 1m 이상의 거리 두기가 가능하다.

다만 야구장 관중 입장이 걱정스러운 건 한국 특유의 응원문화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KBO리그의 열정적 응원은 필연적으로 비말 전파를 동반한다. 코로나19 시대에 예전처럼 응원가를 부르고 함성을 지른다면, 야구장은 실내 시설만큼이나 위험할 것이다. 경기장에서 반드시 마스크를 쓰게 하고, 큰 소리 응원도 금지해야 한다. 아울러 ‘치맥’으로 대표되는 야구장 식사 문화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식당이 아닌 관중석에서 마스크를 벗고 맥주와 음식을 즐긴다면 감염 위험이 높다. 이에 대한 대비책도 있어야 한다.

‘야구장 방역’ 매뉴얼을 만들고, 잘 따르게 유도한다면 이는 오히려 생활 방역의 훌륭한 모델이 될 수 있다. 야구장 입장권은 신용카드로 결제하기 때문에 이용자 정보를 파악, ‘깜깜이 감염’을 막을 수 있다.

팬 입장에서는 마음껏 소리 내 응원할 수 없어 답답할 수 있다. “응원가도 부르지 못하는데 무슨 재미로 야구장에 가느냐”고 되물을 수 있다. 그러나 ‘야구장 방역’ 매뉴얼을 만들지 못하고, 시민이 협조하지 않으면 ‘직관’은 영영 어려울 수 있다. 이제 구단과 팬은 새로운 방식으로 스포츠 콘텐트를 만들고 즐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몇 달 전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

김식 야구팀장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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