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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미국 흑인 사망

반인종차별 시위서 백인 극우주의자 구한 흑인 트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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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서 반인종차별-극우주의 맞불집회

패트릭 허친슨, 위기에 처한 백인 둘러메고 옮겨

“할 일 했을 뿐…공평한 세상 되기를 바래”


한겨레

13일(현지시각) 반인종차별 시위에 참가한 패트릭 허친슨(가운데 오른쪽)이 극우주의 시위에 참가했다가 위기에 처한 백인 남성을 어깨에 들쳐메고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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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반인종차별 시위에 참가한 한 흑인 남성이 이를 반대하는 극우 단체 시위에 참가했다가 위기에 처한 백인 남성을 구했다.

14일(현지시각) <가디언> 보도를 보면, 영국 런던에서 개인 트레이너로 일하는 패트릭 허친슨은 전날 친구들과 함께 런던 시내에서 열린 반인종차별 시위에 참가했다. 미국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을 추모하는 연대 시위였다. 극우주의 단체도 이날 맞불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의회 광장에 있는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동상을 반인종차별 시위대로부터 지키기 위해 모였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집회 장소를 나눴지만, 양쪽 시위대 중 일부가 트래펄가 광장에서 워털루 역으로 가는 길목에서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한 극우주의 시위 참가자가 동료들로부터 떨어져 홀로 남겨졌고, 반인종차별 시위대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이때 허친슨이 나섰다. 그는 폭행을 당하는 극우주의 시위 참가자를 어깨에 둘러메고 경찰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이 모습은 <로이터> 통신 사진을 통해 알려졌고, 영국에서 큰 화제가 됐다.

허친슨은 <채널4>와 인터뷰에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내가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만약 미국에서도 플로이드 옆에 있던 경찰 3명이 (플로이드의 목을 짓누른 경찰을) 말렸다면 플로이드는 지금 살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단지 우리 모두를 위한 평등을 원한다. 지금은 저울이 불공평한데, 아이들과 손주들이 공평한 세상에서 살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손주들을 둔 할아버지인 허친슨은 이날 무술 전문가인 동료들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시위에 참가했다고 했다.

영국 노동당 하원 의원인 클로디아 웨버는 트위터를 통해 “인류애를 보여준 국가적 영웅”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노동당 하원 의원인 데이비드 라미는 트위터에 허친슨이 부상자를 둘러메고 옮기는 사진을 올린 뒤 “인간 최악의 본성에 집중하기는 쉽지만, 최고의 본성을 기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썼다.

이날 양쪽의 시위가 격화되면서 총 113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극우 시위대를 “인종차별적 폭력 행위”라고 비난했고, 리시 수낙 영국 재무부 장관은 “충격적이고 역겨운” 장면이라고 비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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