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가 투자한 사모펀드가 영구채 매입
고의 우회거래 관건…'상호출자' 여부도 논란
펀드 자금 절반 댄 라임운용과 연결고리 의문
고의 우회거래 관건…'상호출자' 여부도 논란
펀드 자금 절반 댄 라임운용과 연결고리 의문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아시아나항공(020560)이 올해 3월 말 공시한 사업 보고서를 보면 회사가 보유한 금융 자산으로 125억원 규모 ‘포트코리아 런앤히트 사모펀드(제6호)’가 기록돼 있다.
이 펀드 투자자는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298690)(아시아나항공 지분율 44.17%)과 아시아나IDT(267850)(지분율 76.22%)다. 투자 대상은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3월 발행한 영구채였다.
모(母)회사가 발행한 영구채를 자(子)회사가 사준 셈이다. 영구채는 만기가 없는 채권이다. 그래서 채권을 발행한 회사의 자본으로 인정한다. 한 회계사는 “외부 투자자를 유치해 회사의 자본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 한 회사 안에서 돈이 옮겨진 것일 뿐”이라며 “아시아나 항공의 자본에서 자회사 투자금을 제외해야 맞는다”고 말했다.
이 펀드 투자자는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298690)(아시아나항공 지분율 44.17%)과 아시아나IDT(267850)(지분율 76.22%)다. 투자 대상은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3월 발행한 영구채였다.
모(母)회사가 발행한 영구채를 자(子)회사가 사준 셈이다. 영구채는 만기가 없는 채권이다. 그래서 채권을 발행한 회사의 자본으로 인정한다. 한 회계사는 “외부 투자자를 유치해 회사의 자본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 한 회사 안에서 돈이 옮겨진 것일 뿐”이라며 “아시아나 항공의 자본에서 자회사 투자금을 제외해야 맞는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돈으로 셀프자본 확충…회계 꼼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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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영구채 셀프 투자 구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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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사업 보고서 속 연결 재무제표 주석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15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회계 처리가 ‘꼼수’ 논란을 부르고 있다.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의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투자가 회계 기준과 상호 출자 제한 규정 위반이라는 것이 대표적이다.
현행 회계 기준은 주식시장 상장회사의 경우 모기업과 모기업이 지배하는 종속기업을 한 회사로 간주하고 회계 장부를 합쳐서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모회사와 자회사 간 내부 거래를 통해 기업 실적을 부풀리지 못하게 이를 제거한 ‘연결 재무제표’ 작성을 의무화한 것이다.
예를 들어 A회사가 B회사에 돈을 빌려주면 A회사는 자기 재무제표에 대여금을, B회사는 차입금을 각각 기록해야 한다. 그러나 두 회사가 지배·피지배 관계인 모·자회사라면 사정이 다르다. 연결 재무제표를 작성할 때 A회사의 대여금과 B회사의 차입금을 서로 삭제해야 한다. 같은 회사 내에서 돈이 오간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원칙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역시 자회사의 영구채 투자금을 연결 재무제표 자본에서 빼야 한다는 것이 회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행 회계 기준상 모회사와 자회사 사이 자금 대여는 연결 재무제표에서 상계(相計·장부에서 서로 삭제함) 하는 것이 맞다”면서 “사전에 사모펀드 투자 대상을 정해놓고 자회사를 통해 영구채를 ‘셀프 매입’한 것인지와 영구채 발행 당시 환경 등을 조사해봐야 회계 기준 위반 여부를 가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처음부터 영구채 투자자를 찾기 어렵다고 보고 자회사, 펀드 운용사 등을 동원해 고의로 우회 거래를 했는지가 회계 기준 위반을 판단하는 핵심 쟁점이라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만약 해당 사모펀드가 투자금을 먼저 모은 후 투자 대상을 정하는 ‘블라인드 펀드’고,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도 단순 투자 목적에서 펀드에 투자한 것이라면 자회사의 모회사 영구채 투자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의성이 없는 단순 우연에 의한 투자라면 회계 기준 위반으로 보긴 힘들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상법 저촉 여부도 논란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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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인천국제공항 터미널 계류장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의 모회사 영구채 투자가 상호 출자에 해당하는지도 논란거리다.
현행 공정거래법(9조)은 전체 자산이 10조원 이상인 ‘상호 출자 제한 기업 집단’의 계열사 간 지분 상호 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가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같은 그룹 내 계열사인 A회사가 B회사의 주식을 사주고, 다시 B회사가 A회사의 주식을 사주는 등 실제 자본 증가 없이 그룹 총수의 계열사 의결권과 영향력만 강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달 1일 기준 총자산이 17조6000억원으로 상호 출자 제한 기업 집단으로 지정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영구채가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돼도 형식적으로는 채권이기 때문에 자회사의 모회사 영구채 매입이 공정거래법상 상호 출자에 해당하진 않는다”면서도 “실질적으로 꼼수에 가까운 것으로 공정거래법보다는 상법 위반 여부를 따져보는 게 맞을 것 같다”고 했다.
상법(542조의 9)은 상장사가 주요 주주(특수관계인)에게 대여·보증·자금 지원 성격의 증권 매입 등 신용 공여를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펀드운용사 “아시아나항공 도와줄 이유 없어…꼼수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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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9일 한 시민이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내 아시아나항공 카운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아시아나항공의 작년 3월 영구채 발행 당시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의 런앤히트 사모펀드(제6호) 투자금은 약 300억원이었다. 라임자산운용과 연계한 포트코리아자산운용이 조성한 이 펀드는 아시아나 자회사로부터 300억원, 라임운용으로부터 300억원을 각각 투자받아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영구채 850억원 중 6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라임운용이 펀드 투자금의 절반 이상을 댄 것도 의문을 낳는다. 한 회계사는 “사모펀드도 투자회사의 연결 재무제표 작성 대상”이라며 “만약 펀드 운용액의 50%를 초과해 출자하는 등 실질적인 지배력이 있다면 해당 펀드도 투자 회사의 연결 재무제표에 합쳐서 작성하고 구체적인 투자 대상 등을 재무제표 주석에 기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투자 대상을 숨기려고 일부러 각 자회사의 펀드 출자 비율을 낮춘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의 펀드 투자금이 지난해 3월 300억원에서 올해 3월 125억원으로 감소한 것은 에어부산이 이를 처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작년 3월에 런앤히트 6호 펀드에 투자했다가 그해 2분기(4~6월) 중 일부 수익을 보고 투자금을 전부 회수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IDT 관계자는 “해당 펀드 투자 규모를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했다.
에어부산은 이와 별개로 지난 2018년부터 라임운용 펀드에 총 400억원을 투자해 이 중 1개 펀드(투자금 200억원)에서 170억원이 넘는 투자 손실이 발생한 바 있다.
포트코리아 런앤히트 사모펀드 6호 투자 내역은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5월 공시한 ‘2020년 1분기 보고서’에는 기재돼 있지 않다. 금감원 관계자는 “분기 보고서와 반기 보고서는 ‘검토’, 연간 보고서는 ‘감사’로 외부 회계법인의 관리 의무에 차이가 있다”며 “검토와 감사의 수준이 다르다 보니 펀드 투자 내용이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외부 감사인이 기존 삼일회계법인에서 올해 초부터 삼정회계법인으로 변경됐다. 감사인이 바뀐 데다 분기 보고서는 기업이 작성한 재무제표를 회계법인이 단순 검토하는 수준에 그쳐 자회사의 펀드 투자 현황을 생략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포트코리아자산운용 관계자는 “런앤히트 6호 펀드는 애초 투자 대상을 정해놓지 않은 블라인드 펀드이며 우리가 아시아나항공을 도와줄 이유가 없는 만큼 꼼수라는 것은 추측에 불과하다”며 “아시아나 자회사의 펀드 투자금이 당초 300억원에서 125억원으로 줄어든 것은 우리에게 환매(투자금 환급)를 요청한 것이 아니라 자기들끼리 권리를 사고팔아서 펀드 수익자가 교체된 것 아닌가 추측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