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추경 정부안서 감액…"정부가 현안·대학과의 약속 외면" 지적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각 대학이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문제 해결 방법으로 거론되는 사업 예산이 500억원가량 삭감될 상황에 놓였다.
14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을 보면 교육부의 대학혁신지원사업 예산은 당초 8천31억원에서 7천528억원으로 503억원 줄었다.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 사업 예산은 6.3% 삭감된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은 대학의 기본역량을 끌어올리고자 기존에 진행하던 5개 재정지원사업을 통합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현재 전국 4년제 대학 143개 대학이 약 7천억원을 지원받고 있다.
지원받은 금액은 교육·연구 개선비 등 정해진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는데 각 대학은 정부가 이 용도 제한을 해제해주면 학생들을 위해 특별장학금이나 생활장려금 형태로 활용하겠다는 의견이다.
대학들은 등록금이 장기간 동결돼 재정난을 겪고 있다며 학생들이 요구하는 일괄적인 등록금 반환에는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특별장학금 등은 내놓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추경안을 보면 사업비 가운데 연차평가 결과에 따라 각 대학에 인센티브 형태로 제공되던 금액이 25%나 줄어서 대학의 학생 지원책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
1유형 자율협약형은 131개 대학에 지원될 예산에서 3억7천만원씩 약 486억원, 2유형 역량강화형은 12개 대학에서 1억4천만원씩 17억원을 깎는 것으로 나와 있다.
인센티브는 추가로 지급하는 돈이 아니라 사업비를 연도별로 쪼개 주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예산이 정부안대로 확정되면 대학은 기존에 받을 것으로 예상했던 사업비가 줄어든다. 이 때문에 관련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도 3천908억원에서 3천644억원으로 264억원 줄어든 안이 제출됐다.
정부는 추경안 설명자료에서 "등록금 반환 이슈 등으로 재정부담이 큰 상황에서 대학 반발이 우려된다"며 "코로나19 특별장학금 지원 등을 포함한 대학의 2020년 지출 계획은 사업비 정상 배정을 전제로 수립됐다"고 밝혔다.
박원석 정의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재정당국이 현안을 외면하고 대학과의 약속도 외면하고 있다"며 "특히 대학혁신지원사업은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의 하나로 검토 중인데 그 예산을 정부가 나서서 감액하자고 하다니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기존에 대학들이 계획했던 프로그램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5월까지 집계한 (사업비) 집행률이 매우 저조했다"면서 예산 삭감이 대학 재정에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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