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엄정대응 방침' 하루 만에 평가절하…"2년간 열번 스무번도 더 만들었을 것"
논란 속 전단살포 단체 수사 의뢰에도 북한은 냉랭…남북관계 반전 요원
[김민아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북한이 청와대까지 나서 대북전단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힌 지 하루 만에 '이미 늦었다'며 오히려 대남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어 주목된다.
장금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은 12일 밤늦게 발표한 '북남관계는 이미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제목 담화에서 청와대가 대북전단 문제에 대해 '드디어 침묵을 깨고' 입장을 냈다며 이를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에 비유했다.
청와대가 1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대북 전단 및 물품 등의 살포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위반 시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평가절하한 것이다.
판문점 선언 채택 이후 2년 동안 "그런 (대북전단 금지) 법 같은 것은 열번 스무번도 더 만들고 남음이 있었을 것"이라며 "청와대가 현 위기를 모면하기 위하여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며 꾸며낸 술책"에 불과하다는 게 장 통전부장의 인식이다.
그는 "큰일이나 칠 것처럼 자주 흰소리를 치지만 실천은 한 걸음도 내 짚지 못하는 상대와 정말로 더이상은 마주 서고 싶지 않다"며 남측과 대화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했다.
"신뢰는 산산조각이 났다"며 "이제부터 흘러가는 시간들은 남조선당국에 있어서 참으로 후회스럽고 괴로울 것"이라는 경고까지 덧붙여졌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담화에서 대북 전단을 문제 삼은 직후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던 정부로선 북한의 잇따른 부정적인 반응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김 제1부부장 담화 이후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제정 의지를 밝힌 데 이어 전단 살포 단체 대표들을 수사 의뢰했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출입 통제를 강화하라고 지시했고, 경기도의 경우 아예 접경지 일부를 '위험구역'으로 지정하는 강수를 뒀다.
청와대도 나서 이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밝힌 것은 어렵게 대화 무드가 찾아왔던 남북관계가 다시 '원점'으로 회귀해선 안 된다는 절박한 인식에 따른 것이다.
정부가 취한 일련의 조처를 두고 일각에서 '지나친 저자세'라는 비판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정부가 내놓은 '카드'에 일절 호응하지 않으면서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
'김영철 후임' 북한 장금철, 판문점회동 참석 |
최근 일주일 간격을 두고 두 차례 발표된 통일전선부 담화가 모두 한밤중 나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5일 통전부 대변인 명의 담화에 이어 12일 장금철 통전부장의 담화도 남측을 향한 경고 메시지임에도 자정이 가까운 시각에 나왔다.
미국 워싱턴 오전 시간에 목소리를 내 미국을 우회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의도도 깔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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