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충남 천안, 경남 창녕 아동학대 사례 전국 공분 사 논란 이어져
국회 법개정 공론화속 전문가 "정책과 예산 뒷받침돼야 실효 거둬"
가정이 더 위험한 아이들…아동학대 대책없나 (CG) |
(전국종합=연합뉴스) 최근 충남 천안과 경남 창녕에서 잇따라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이 전국적인 공분을 사고 있다.
9살 아이를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천안 사건의 파장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경남 창녕에서 계부와 친모가 저지른 참혹한 사건이 불거졌다.
불에 달군 쇠젓가락으로 딸의 발바닥을 지지고 욕조 물에 머리를 처박는 등 고문 수준의 만행은 베란다 난간을 기어 옆집으로 겨우 피신한 9살 딸의 목숨을 건 탈출로 세상에 드러났다.
자녀를 상대로 한 부모의 아동학대 수위가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정치권은 관련법 개정 작업에 돌입했고 아동 관련 전문가들은 "더는 (부모의) 학대를 방치해선 안 된다"며 정부와 각계에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장현아 대전대 아동교육상담학과 교수는 12일 "학대하는 부모는 아이에게 비난과 분노, 경멸 등을 보여주게 된다"며 "아이 입장에서는 자기를 그런 (부정적인) 존재라고 여기게 되면서 자기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자아 기능 발달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대를 심하게 받은 아이는 불안정성이 커지고 정서·충돌조절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면서 "심리적 문제로 발전하면 공격적인 행동이나 과잉행동, 우울함이나 불안 등의 증세로 번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경덕 배재대 심리철학상담학과 교수도 "아동기는 자기에 대한 정체감을 형성하면서 타인, 부모, 형제 등과 관계를 맺으며 애착을 형성하는 시기"라며 "아동학대는 정상적인 애착 형성과정을 깨는 것으로 어린이의 행복한 삶을 망쳐버릴 수 있는 아주 심각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아동보호 전문기관 관계자들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훈육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만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가정에서 주로 이뤄지는 학대를 막기 위해서는 관련 정책과 법제도, 시스템 마련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선희 광주광역시 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체벌을 눈감고 방임·방치를 용인하는 문화가 아동학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문화가 먼저 바뀌어야 아동들이 학대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동학대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는 부모 역할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게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국가나 사회가 관심을 갖고 바라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예방과 더불어 피해를 본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관심과 정책, 예산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외조 경남도 아동담당 사무관은 "위기 아동을 발굴하기 위한 'e 아동 행복지원시스템'이 가동 중이지만,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 시스템은 예방접종을 해야 하는 아동이 오지 않거나 수당 신청 대상인데 신청을 하지 않는 등 의심 사례를 확인할 수 있지만, 전체 아동을 모두 확인할 수는 없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가정에서 이뤄지는 학대가 대부분인 점을 고려하면 부모의 징계를 허용한 민법을 개정해야 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을 보완하는 게 절실하다"고 밝혔다.
(황봉규, 김소연, 천정인, 정경재 기자)
ja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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