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엄-웹스터, '구조적 억압' 현실 반영 안됐다는 지적 수용
미국 메리엄-웹스터 사전의 '레이시즘' 단어 뜻풀이에 문제를 제기한 케네디 미첨이 7일(현지시간) 미주리주 플로리전트 경찰서 앞에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미국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메리엄-웹스터 사전이 한 흑인 여성의 지적을 수용해 인종차별주의를 의미하는 단어 '레이시즘'(Racism·인종차별주의)의 정의를 변경키로 했다.
메리엄-웹스터가 이 단어의 정의를 바꾸기로 한 데는 최근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대학을 졸업한 22세의 흑인여성 케네디 미첨의 역할이 컸다고 영국 BBC방송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14년 흑인청년 마이클 브라운이 비무장 상태에서 백인 경찰의 무차별 총격에 사망한 사건이 벌어졌던 미주리주(州) 퍼거슨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플로리전트시에 사는 미첨은 특정 집단에 대한 '구조적 억압'(systemic oppression)이라는 점이 단어설명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는 최근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Black Lives Matter) 운동을 지원하는 등 인종차별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미첨은 반응이 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은 채 지난달 28일 메리엄-웹스터 사전에 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사전 측이 바로 다음 날 답장을 보냈고 이후 몇 차례 메일이 더 오고 간 끝에 레이시즘 단어설명이 바뀌게 됐다.
CNN방송에 따르면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현재 레이시즘의 새로운 단어설명을 작성하고 있다. 또 레이시즘과 연관됐거나 인종적 의미가 함축(racial connotation)된 단어들의 설명도 다시 검토할 계획이다.
현재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레이시즘 뜻을 3가지로 설명한다.
첫째는 '인종이 사람의 특성과 능력을 결정하는 주요한 요인이며 그러한 인종의 차이가 특정 인종에 고유한 우월성을 생기게 한다고 여기는 신념', 둘째는 '인종차별주의적 가정과 이를 실행하기 위한 설계에 기반한 정치적 프로그램 또는 원칙', 셋째는 '인종적 편견 또는 차별'이다.
미첨은 메리엄-웹스터 사전에 보낸 메일에서 "레이시즘은 편견과 사회·제도적 권력이 조합된 것으로 피부색에 기반한 혜택 체계"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 인종이 다른 인종보다 뛰어나다고 믿는 사람만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근거로 메리엄-웹스터 사전의 단어설명을 들곤 했다고 설명했다.
미첨은 BBC방송에 "(인종차별과 관련해) 내가 피부색과 현재 작동하는 사회체계 때문에 내가 극복해야 하는 장애물에 대해 말하면 '너도 대학에 다니고 특권을 가졌는데 무슨 말이냐'는 반문을 들었다"고 말했다.
메리엄-웹스터 사전 관계자는 CNN에 "레이시즘과 관련해 두 번째와 세 번째 단어설명에 '구조적인 인종차별주의와 탄압'이 포함될 것"이라면서 "비대칭적 권력구조에 대한 개념을 더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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