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당한 성추행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가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에게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한 작가 은하선씨에게 법원이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서울서부지법 | 경향신문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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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1부(재판장 이종민)는 11일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앞서 은씨를 성추행했다고 지목된 ㄱ씨는 지난해 4월 은씨를 상대로 8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은씨는 2018년 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재수할 때까지 약 7~8년간 레슨 선생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썼다. 은씨는 2009년 ㄱ씨를 청소년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으로 고소했으나 사과문을 작성하는 조건으로 고소 취하에 합의했다.
은씨가 페이스북 글을 올린 뒤 ㄱ씨는 은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은씨의 페이스북 글이 특정인을 지목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공익성도 인정된다”며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이후 ㄱ씨는 “은씨가 허위사실을 유포해 정신적 피해를 봤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당시 합의의 주된 목적은 고소 사건을 조기에 종결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일 뿐이고, 장래에 특정 행위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는 않다고 있지는 않다”며 합의를 깼다는 ㄱ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은씨의 게시글은) 중요 부분이 객관적인 사실과 합치된다”며 “성범죄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대외적으로 알리거나 이를 이야기하는 행위는 헌법상 기본권에 기초한 것으로서 최대한 보장받아야 한다. 가해자의 명예가 피해자의 말할 권리보다 더 보호받아야 할 법익이라 보긴 어렵다”고 했다.
법원은 지난해 7월 “과거 성추행 피해 경험을 소셜미디어에 더이상 언급하지 않는다” “조정 이후 원고와 피고 모두 민형사상 추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조정안을 제시했다. 은씨는 이러한 조정안이 “피해자의 입을 막는 행위”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두 차례 재판이 진행됐다.
은씨는 선고 직후 눈물을 보였다. 은씨는 경향신문에 “2년이나 재판이 진행됐는데 (청구 기각은) 당연한 결과라 생각한다”이라며 “다른 ‘미투’ 피해자들의 입을 막는 결과가 나올까 우려했는데 다행”이라고 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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