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사람들의 일상을 바꿔 놓았다. 가장 큰 변화는 비대면 문화의 확산이다. 단순히 접촉만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원격 교육과 사업 등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사회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 그 중심에 인공지능(AI)이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즉,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가장 중요한 화두를 AI로 꼽는다. 한국일보는 미래 싱크탱크인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회장을 맡고 있는 세계적 미래학자 제롬 글렌 박사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AI가 바꿔놓을 세상에 대해 들어봤다. 밀레니엄 프로젝트는 AI의 발전을 위해 세계 각국의 다양한 기관들과 협력해 연구를 진행하는 곳으로 지난해 3년여 연구 결과를 집약한 ‘워크 테크놀로지 2050’ 보고서를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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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인구 오너스 현상 줄일 것”
-많은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 이후 AI의 발달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AI가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AI는 의료, 교육, 기술, 에너지, 환경 등 많은 분야에서 비용을 줄이고 인간을 반복 노동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해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인구 감소 때문에 노동력이 줄어들어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는 인구 오너스(Demographic Onus) 현상을 상쇄시킬 것이다.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재를 AI가 담당하게 된다. 그만큼 사람들은 창의적이며 창조적 능력을 더 키울 수 있게 될 것이다.”
-상대적으로 AI 때문에 사람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걱정도 많다.
“AI 때문에 발생하는 실업 문제는 결코 피할 수 없다. 사람의 노동력을 대신하는 AI와 로봇의 보편화는 기술 때문에 발생하는 심각한 ‘기술 실업’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당장 10년 뒤 대량 실업이 발생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길 수 없다면 협력해야 한다.(If You can’t beat them, join them.) AI로 인간의 활용성을 꾸준히 증강시킬 수 있는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기술 실업의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계속 연구해야 한다.”
“AI실업 해결 위해 로봇세 도입 필요”
-AI 때문에 발생하는 실업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있다면.
“AI와 로봇의 도입으로 혜택을 보는 기업에 로봇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로봇이 노동자를 대체하면 단순 인력 감소로 그치지 않는다. 노동자가 지불했던 세금과 소비 활동 등이 함께 줄어든다. 당연히 실업 문제에 따른 사회 복지 비용은 증가한다. 로봇세를 통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 대한 복지 비용을 마련하고 사회적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로봇세가 AI 발전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하지만 과도한 걱정이다.”
-AI가 빈부격차를 더 넓힐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AI를 이용한 높은 수준의 교육이나 의료 행위를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은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다.
“처음에는 AI 발달에 따른 혜택이 부자들에게 집중될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격차는 줄어들 것이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도 처음 도입됐을 때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없었다. AI가 보편화되면 의료, 교통, 교육, 생산의 혜택이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돌아갈 것이며 삶의 비용을 낮추는데 일조할 것이다.”
-AI의 발달이 사진이나 영상 속 사람의 얼굴을 바꾸는 딥페이크, 음성 변조 등 AI를 악용한 범죄를 늘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매우 심각한 문제다. 단순 개인 범죄부터 테러 단체까지 AI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AI를 이용한 가짜 뉴스와 거짓 정보들로 혼란을 발생시키는 정보 전쟁(Information Warfare)에 대비해야 한다.”
“AI 악용 막기 위한 국제기구 창설 필요”
-AI 발전을 위해 국제기구 창설을 제안했다. 어떤 기구인가.
“AI의 발달 속도가 너무 빨라서 실업, 범죄, 사회적 갈등 등 부정적 측면의 심각성도 커질 것이다. 따라서 이를 적절하게 통제해 건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과거 무분별한 핵 개발이 가져온 폐해를 생각해 보라. 국제적 논의를 통해 잠재적 AI의 위협을 해소할 수 있는 국제기구가 필요하다. 여기서 AI 이용에 대한 국제적 기준을 설정하고 무엇을 통제할 지 논의하고 개선해야 한다.”
-AI 국제 기구를 위한 준비는 어느 정도나 진행됐나.
“각국 관련 기관들에 제안서를 보내서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또 누구나 AI를 올바르게 이용할 수 있도록 AI 기술에 대한 분석 연구를 진행 중이다. ”
“한국의 AI 수준은 초기 단계, 선진국들과 격차 줄여야"
-한국의 AI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로 보나.
“냉정하게 말해 한국은 뒤쳐져 있다. 단순 작업과 상업적 활용을 위한 초기 수준의 AI(ANI, Artificial Narrow Intelligence)만 생각하면 격차가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중국, 일본, 유럽은 이미 그 다음 단계인 AI가 스스로 문제점을 파악해 해결책까지 찾는 범용 AI(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단계에 와 있다. 그러나 그 격차는 금방 좁힐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그동안 다른 산업에서 선진 국가들을 모델로 삼아 따라가는 경제 개발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AI 연구는 그럴 필요가 없다. 한국은 충분한 기술력과 인재들을 갖고 있으니 한국을 위한 독자적인 AI 발전 방향을 찾으면 된다.”
-한국이 AI 개발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AI 기술과 정책을 중점 추진할 수 있는 센터를 설립해 다양한 인재들과 기술을 결집해야 한다. 미국은 국가연구실(National Research Lab)이라는 매우 진보된 기관을 중심으로 AI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AI 연구와 이용을 위한 명확한 기준(Standard)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심판, 기업과 대학은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 교육도 중요하다. 사람이 아닌 AI를 통해 AI에 대해 배울 수 있는 특별하고 직접적인 교육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를 통해 사람의 지능을 증가시키는 것을 국가 교육의 목표로 삼고 최상의 커리큘럼을 갖추기 위한 글로벌 경쟁을 해야 한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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