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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미국 흑인 사망

미백크림 광고 배우들 “인종차별 반대”는 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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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사망 항의 인도 영화배우들

광고모델로 ‘피부색 편견’ 키우고

무슬림 탄압에 침묵해 비판받아


한겨레

인도 유명 영화배우 프리앙카 초프라(왼쪽)와 미국 보이밴드 멤버 닉 조나스 부부. EPA 연합뉴스


피부색을 옅게 하는 미백크림 광고 모델로 활동했던 인도 ‘발리우드’ 배우들이 미국의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뜻을 밝혔다가 ‘위선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9일 아랍 지역 통신사인 <알자지라>는 미국 흑인 사망 사건에 항의 뜻을 밝힌 인도 영화배우들이 인도 사회의 내부 문제에는 동조하거나 침묵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크게 두 가지다. 배우들이 미백 크림의 광고 모델로 활동해 인도 사회의 ‘피부색 차별’을 확산했다는 것과 미국의 인종차별에 항의하면서 인도 내 소수파인 무슬림계에 대한 폭력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는 것이다.

미스 월드 출신으로 할리우드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배우 프리앙카 초프라는 최근 본인 소셜미디어에 “미국과 전 세계에서 인종전쟁을 끝내자. 어디에 살든 피부색 때문에 죽어서는 안된다”고 썼다가 비판에 직면했다. 그가 2010년대 초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가르니에가 만든 미백 크림의 광고 모델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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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앙카 초프라의 가르니에 미백크림 광고. 가르니에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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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누리꾼은 그의 글에 “흑인 생명에 대해 발언해 줘서 고맙다. 그러나 검은 피부에 대한 반감을 키우는 미백 크림에 대한 지지도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초프라는 2015년 한 인터뷰에서 미백크림 모델로 활동한 것에 대해 “잘못된 행동이라고 느꼈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초프라 외에 소남 카푸르, 디피카 파두콘, 디샤 파타니 등 미백크림 광고 모델로 활동한 다른 인도 여성 배우들도 초프라와 비슷한 비판을 받고 있다.

인도에서는 피부 색이 옅을수록 미남·미녀로 인식되고 사회적 지위도 높은 것으로 간주돼, 남녀를 가리지 않고 미백크림을 많이 사용한다. 미백크림 시장이 한해 수십억 달러 규모에 이르고, 최고 스타들이 광고 모델로 활동한다. 그러나 옅은 피부색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고 사회적인 차별에 기여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인도 영화계도 피부가 검은 남부 출신 배우들을 선호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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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지난해 12월15일 열린 시민권법 개정 항의 시위 도중 버스가 불타오르자 한 남성이 이를 피해 뛰어가고 있다. 뉴델리/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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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스타들이 미국의 인종차별에는 항의하면서, 인도 경찰의 잔악 행위나 소수 집단 차별에 대해서는 침묵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말 ‘반무슬림법’으로 불리는 시민권법 개정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고 시위 과정에서 수십 명이 사망했지만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도는 소수 집단 난민에게 시민권을 주도록 법을 개정했는데, 무슬림은 소수 집단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외해 무슬림 불법 이민자들이 퇴출당할 위기에 놓이게 됐다. 인도 무슬림 사회는 이 개정안을 ‘종교 차별법’, ‘인종 청소 도구’라고 비판하고 있다.

자무·카슈미르주의 전 총리였던 오마르 압둘라는 트위터에 “많은 연예인들이 ‘흑인 생명이 소중하다’고 트위트 하는 것을 존경한다. 그러나 이들은 인도인의 생명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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