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일해공원 유지는 수치"…합천군수에 역사 바로 세우기 요구키로
현수막으로 가린 일해공원 표지석 |
(합천=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지난날의 잘못을 청산하고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은 한풀이가 아닙니다. 과거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자 현재의 민주주의를 흔들리지 않는 반석 위에 세우는 것이며 행복한 세상을 후손에게 물려주려는 것입니다."
13년째 찬반 논란에 휩싸여 제자리걸음 중인 경남 합천군 일해공원의 명칭 변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경남 시민단체 '적폐청산과 민주사회 건설 경남운동본부'는 9일 일해공원 앞에서 공원 명칭 변경과 전두환 생가 국·공유 재산 목록 삭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은 "올해는 광주민주화항쟁이 일어난 지 40년이 되는 해로 전두환은 민주화를 열망하는 광주시민을 무참히 학살했다"며 "전두환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죄 많은 얼굴을 꼿꼿이 세우고 있는데, 이는 아직 과거가 청산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 곳곳에서 전두환 흔적 지우기와 역사 바로 세우기가 진행 중이며 현충원 현판과 청남대 동상, 남극기지 표지석이 철거됐다"며 "유독 합천에서만 '전두환 공원'인 일해공원이 존재하고 세금으로 전두환 생가를 보존 중"이라고 덧붙였다.
2004년 '새천년 생명의 숲'이라는 이름으로 개원한 일해공원은 2007년 전두환 전 대통령 아호 '일해'(日海) 를 딴 '일해공원'으로 바뀌었다.
일해공원 명칭변경 촉구 기자회견 |
공원 입구에는 전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가 새겨진 표지석이 세워졌으며, 뒷면에 '전두환 대통령이 출생하신 자랑스러운 고장임을 후세에 영원히 기념하고자 표지석을 세웁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적폐청산 경남본부는 "공원 이름이 일해공원으로 바뀐 뒤 지금까지 유지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국민을 학살한 독재자 생가를 세금으로 유지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힐난했다.
이어 "내란 등 혐의로 무기징역을 받은 전두환 생가를 국·공유 재산 목록에서 삭제하고 일해공원 이름을 바꿔야 한다"며 "문준희 합천군수를 만나 역사 왜곡을 바로 세울 것을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들은 전 전 대통령 친필 휘호가 새겨진 표지석을 대형 현수막으로 가리는 퍼포먼스를 했다.
현수막에는 '참회 없는 전두환!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역사를 가르쳐야 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혔다.
이들은 이날 오후 합천군청에서 공원 명칭 변경 등을 요구하기 위해 문 군수와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home12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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