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심정지 상태에 이르게 한 40대 의붓어머니가 지난 3일 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으로 들어서는 모습.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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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연주 인턴기자] 40대 여성이 9살 난 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사건으로 사회적 공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아동학대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9살 남 평균 몸무게가 약 32kg인데 23kg라면 상당히 많이 마른 것"이라며 "제가 겪었던 학대 사망 아동들은 한결같이 상당히 많이 말랐었다"고 운을 뗐다.
공 대표는 "아동학대 사건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고 학대 내용이 너무 잔인무도해지고 있다"며 "소풍 가는 날 갈비뼈 24개 중에서 16개를 부러뜨려 죽인 사건도 그렇고 3개월이 넘게 추운 화장실에 가둬서 때리고 굶기고 락스 원액을 퍼부어서 죽인 원영이 사건도 그렇다"고 설명했다.
앞서 여행 가방에 갇혀 숨진 9살 A군은 지난해 10월부터 친부와 친부의 동거녀로부터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지난달 5일 머리를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당시 의료진은 A군의 몸에 난 상처 등을 보고 아동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한 것을 전해졌다. 하지만 A군이 친부와 떨어져 지내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아 분리조치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공 대표는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왔다고 무조건 분리하지 않는다"며 "이 학대 아동에 대해서는 학대당한 아동을 학대한 사람이 보호하라는 원가정보호제도라는 게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 경우에는 상습적 학대 흔적이 있었고 또 가정 환경상 학대 우려가 아주 큰 상황이었다"며 "이런 경우는 아동을 분리해서 장기간에 걸쳐 상담을 하며 진실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40대 의붓어머니에 의해 여행가방에 갇힌 9살 아들이 지난 1일 119에 이송되는 장면이 아파트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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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대표는 "'반성하고 있다. 다시는 이렇게 안 하겠다.' 이거는 아동학대를 벌인 가해자들이 늘 하는 얘기"라며 "그 말만 듣고 또 아동이 그냥 집에서 살겠다고 했다는 말만 듣고 무조건 그냥 돌려보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아동들은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부모와 분리되는 걸 굉장히 두려워한다"면서 "그리고 이 부모한테 어쨌든 간에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그 상담원들이 아동의 말이나 부모의 말만 듣고 돌려보냈다는 게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보호 프로그램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며 "경력 있는 상담원을 배치해야 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대해서 철저하게 관리 감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아울러 "정부는 아동학대 관련해서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는다면 이런 비극적인 사건은 계속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공 대표는 숨진 A군의 친아버지에 대한 조사도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몰랐다고 주장하던 울산 계모 사건의 친부나, 칠곡 계모 사건의 친부들은 전부 4년, 3년 형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며 "이런 장기간에 걸친 상습 학대를 몰랐을 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 "알면서 눈감는 방조 행위는 방임학대"라고 덧붙였다.
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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