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건축 칼럼에 문제의 제목 달았다 사과
간부 사원 수십명 항의 표시로 집단 병가
'흑인사망' 시위에 참여한 시위대가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모습 |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미국을 뒤덮고 있는 흑인사망 항의시위의 구호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를 비꼬아 건축 칼럼에 '건물도 중요하다'는 제목을 달았던 유력 일간지 수석 편집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필라델피아의 지역일간지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의 발행인 리사 휴스는 6일(현지시간) 스탠 비시노브스키 편집장의 사직서를 수리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 보도했다.
191년 역사를 자랑하는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는 미국 대형 신문사 중 한 곳이다.
이 신문은 지난 2일 흑인사망 항의시위로 지역 건물과 사회기반시설이 훼손됐다는 내용의 한 칼럼에 '건물도 중요하다'(Buildings Matter, Too)는 제목을 붙였다.
이는 흑인사망 시위의 구호인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를 풍자한 것이다.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는 지난달 25일 백인 경찰의 무릎에 짓눌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이후 미국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위의 핵심 구호로, 인종차별과 경찰의 과잉진압에 항의하는 뜻을 담고 있다.
비시노브스키를 포함한 이 신문의 수석 편집장들은 지난 3일 신문 웹사이트에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이들은 사과문에서 "우리는 상당히 모욕적인 제목을 썼다. 우리는 그러지 말아야 했다"며 "사과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그 제목은 마치 흑인의 사망과 건물의 훼손이 같을 수 있다는 암시를 남겼다.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고 덧붙였다.
사과문에 따르면 문제의 제목은 "한 편집장이 지었고, 다른 편집장의 검토를 거쳐" 채택됐다.
같은 날 간부 사원 수십명은 '유색인 기자들이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에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다음날 병가를 내겠다고 밝표한 뒤 실행에 옮겼다.
이들은 서한에서 "우리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기사에 맞추기 위해 우리의 글과 사진이 왜곡되는 것을 지켜보는 데 질렸다"고 말했다.
어니스트 오언스 필라델피아 흑인기자협회 부회장은 협회 이사들이 다음 주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의 경영진을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언스 부회장은 "제목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유색인종이 다수인 필라델피아에서 인콰이어러는 공동체와의 교감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앞서 NYT도 시위 진압을 위해 군대를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공화당 톰 코튼 상원의원의 기고문을 실었다가 800명 이상의 직원들의 반발을 샀다.
계속되는 비판에 아서 설즈버거 발행인과 제임스 베넷 사설 편집장을 포함한 NYT 경영진은 지난 5일 화상회의를 통해 사죄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코튼 의원의 기고문에 "우리 기준에 맞지 않는 기고문이며 보도되지 않아야 했다"는 글을 달았다
honk02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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