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부모와 계속 같이 살고 싶어 소극적 진술하기도
조사 땐 아이 표현 진심 아닐 수 있다는 점 염두에 둬야
숨진 아동 2016년 36명, 2017년 38명, 2018년 28명 달해
9세 의붓아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7시간이 넘게 여행용 가방에 가둬 심정지 상태에 이르게 한 40대 계모가 지난 3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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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권이 없는 집단이 아동학대 사건을 전담하는 상황이니 뭐가 되겠습니까. 아이들이 목숨을 잃는 일만 반복되잖아요.”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4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멍든 자국이나 머리를 다친 흔적이 있었기 때문에 병원에서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안다”며 “신고를 할 정도면 분명한 폭력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 당시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한 것이 재차 폭력으로 이어지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아동 학대 범죄는 아이가 부모와 같이 살고 싶어 피해 부분을 소극적으로 진술하거나 학대를 안 받았다고도 한다”며 “아동학대의 특성상 진술에 의존해 판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조사할 때 아이의 표현이 진심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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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특성상 진술에 의존해 판단하지 말아야
2018년 아동학대 행위자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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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A군(9)을 조사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A군도 가정 방문 상담을 진행할 당시 부모를 긍정적으로 표현하고 분리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해당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당시 A군이 부모 눈치를 보거나 심각한 학대에 대한 트라우마 등 관찰되는 이상 징후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담임 교사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또래 관계, 학습 등 전반적인 학교생활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는 등 전체적으로 당시에는 학대로는 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지난해 9월 발간한 ‘2018 아동학대 주요통계’를 보면 학대 행위자와 피해 아동과의 관계는 부모가 1만8919건(76.9%)에 달했다. 이 중 친부가 학대 행위자인 경우가 1만747건(43.7%)으로 가장 많았고, 친모 7337건(29.8%), 계부 480건(2.0%), 계모 297건(1.2%) 등이 뒤를 이었다. 발생장소도 가정 내가 1만9748건(80.3%)으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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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장소 가정 내 1만9748건 달해
수차례 아동학대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어린이집 교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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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아동학대는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범죄인데 보건복지부에서 맡고 있 것 자체가 잘못됐다”며 “엄중하게 개입을 안 하니 재학대가 발생한다. 아동학대가 발생하면 구속하거나 어떻게든 분리하면 재학대는 발생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무런 강제권이 없는 집단이 아동학대 사건을 전담하는 상황이니 아이가 죽어야 끝난다”며 “영미권 국가처럼 심각한 범죄로 생각하고 법원이 즉심의 형태로 강제 명령을 내리는 등 긴급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학대로 인한 사망 아동은 2014년 14명, 2015년 16명, 2016년 36명, 2017년 38명, 2018년 28명에 달한다. 2018년 숨진 아동 중 15명은 남아, 13명은 여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1세 미만이 10명으로 가장 많았고, 1세 8명, 4·5·7·9세 각 2명, 6·8세 각 1명씩이다.
한편 천안지역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A군은 지난 3일 오후 6시30분쯤 숨졌다. 지난 1일 오후 7시25분쯤 119구급대가 병원으로 이송한 지 이틀 만이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5일 오전 부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된 계모 B씨(43)는 지난 1일 의붓아들인 A군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거짓말을 한다며 여행 가방에 감금,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천안=박진호·신진호·최종권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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