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후폭풍 4.7% 이후 최대 수치 / 국가채무 비율도 37.1% → 43.5%로 ‘껑충’ / 홍 부총리“경제 회복 위해선 감내해야” / 靑 “재정준칙, 지금은 입법계획 없다”
이번 3차 추가경정안이 사상 최대의 추경 규모로 짜이면서 재정건전성 수치들도 줄줄이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재정건전성이 최악이라는 뜻이다.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정부가 3일 발표한 35조3000억원 규모의 추경 재원 중 23조8000억원은 국채 발행으로 마련하기로 하면서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5.8%로 뛰어올랐고,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3.5%를 기록했다. 두 수치 모두 역대 최고다.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정부의 실제 재정상태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는 지난해 본예산 기준 37조6000억원 적자에서 올해 본예산과 1~3차 추경을 거쳐 112조2000억원 적자로 적자폭이 1년 만에 74조6000억원 불어난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지난해 1.9%에서 3차 추경 기준 5.8%로 올라간다. ‘슈퍼 예산’이라고 불린 올해 본예산 512조3000억원을 편성하면서 1.9%에서 3.5%로 올라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1차 추경으로 4.1%를, 2차 추경으로 4.5%를 기록한 뒤 6%에 가깝게 치달았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외환위기 후폭풍이 거셌던 1998년 4.7%가 가장 높았었는데 그 수준을 1.1%포인트나 뛰어넘었고, 5%를 돌파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재정당국이 마지노선으로 삼았던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인 3%를 넘은 적은 1998·1999년(3.5%),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3.6%) 세 차례뿐이다.
지난해 본예산 기준 740조8000억원이었던 국가채무는 840조2000억원으로 99조4000억원이 늘었다. 나랏빚이 1년여 만에 100조원 가까이 폭증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7.1%에서 43.5%로 치솟는다. 올해 본예산 기준 39.8%에서 1∼2차 추경을 거치며 41.4%로 올라선 데 이어 3차 추경으로 2.1%포인트 또 상승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사전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추가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라 이 정도 수준의 추경 편성은 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국가채무 비율 40%라는 절대적 수치에 집착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 해서 속도가 빨라지게 놔둬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 대응 환경을 감안해도 너무 빠르다”고 지적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단기간에 성장을 견인하고 건전재정을 회복할 수 있다면 3차 추경에 따른 국가채무 비율의 상승은 충분히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10%에 비해 상당히 양호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국가채무 비율의 상승속도가 가파를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어, 정부가 장기 재정 전망을 엄격히 하거나 재정준칙을 마련하는 등 재정건전성에 각별한 노력을 하겠다”고 발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과거에) 논의하다가 결론짓지 못한 상황인데 재정준칙은 필요하다면 검토할 수 있다고 보지만, 현재로는 입법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며 이견을 보였다.
홍 부총리는 이날 연합뉴스TV에 출연해 “2분기는 1분기(-1.3%)보다 더 어려워 (성장률을) -2% 초반까지도 생각한다. 3, 4분기에는 플러스로 전환한다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상반기에 진정되고 글로벌 상황은 하반기에 진정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설명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박현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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