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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한일 외교장관, 접점없이 이견 노출…지소미아 뇌관 재부상하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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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상황 속 첫 한일 외교장관급 전화 통화

강경화 "수출규제 조치 유감" 모테기 "WTO 제소 절차 재개 유감"

'지지율 하락' 아베, 국면전환용 추가 제재 조치 가능성도

정부 "지소미아 언제든지 종료 가능"…미중갈등 속 신중한 접근

이데일리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월1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을 만나 한일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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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상황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한일갈등이 재개될 조짐이다. 지난해 11월 한일간 대화 재개로 잠정 중단됐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가 재개됐으며, 한국 정부는 한일 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GISOMIA) 중단 카드까지 만지막거리고 있다.

◇강경화 “日수출 규제 조치 유지 유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3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대신과 전화통화를 갖고, “우리측이 대외무역법 개정 등 적극 노력해 일측이 제기한 수출규제 조치의 사유를 모두 해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 규제 조치가 유지되는데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일본 외무성 역시 한·일 외교장관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모테기 외무상은 한국 정부의 WTO 제소 절차 재개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지극히 유감스럽다는 뜻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한일 외교장관급에서 이뤄진 첫 전화 통화였지만 양국에 대한 유감 표명이 오고 간 것이다.

지난해 11월 우리 정부는 일본과 대화를 재개하면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잠정 중단하고, 일본이 문제삼은 부분들을 고치고 요구 사항을 이행했다. 하지만 일본은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하지 않았고 결국 정부는 지난달말까지 수출 규제에 대한 일본 입장을 요구했다. 사실상 최후통첩인 셈이다. 일측은 끝내 무응답으로 일관했고 우리 정부는 2일 WTO 제소 절차 재개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일본 측은 즉각 반발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 수출관리 당국간의 대화가 계속됐음에도 한국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자 인접국인 한국과 일본이 방역협력 등을 통해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일본이 한국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한순간 무너졌다. 한국도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해 대응 조치를 내리면서 사실상 한일간 인적 교류까지 모두 중단된 상태다. 해외 자국민들의 긴급 수송하는 과정에서 인도주의적 차원의 양국 협력이 눈길을 끌었지만 추가적인 진전은 없었다. 일본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된 4개 나라에 대해서 업무 목적 입국자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중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지소미아 종료 강행할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뒷전으로 밀려났던 한일갈등이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일본 정부는 정책 대화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한국이 WTO에 일본을 제소하더라도 한·일간 국장급 대화를 계속할지에 대해선 “예단을 갖고 답변하는 것은 피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30%대로 지지율이 급락한 아베 신조 총리가 국면전환용으로 ‘한국 때리기’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어 우리 정부는 현재 유예 중인 지소미아 종료 역시 언제든지 실행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지소미아의 효력을 언제든지 종료시킬 수 있다”면서 “수출규제조치 논의 동향에 따라서 신중히 검토해야 될 사항”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소미아 종료가 유예된지 6개월이 지난 상황으로, 일본의 수출 규제가 지속될 경우 지소미아 결단에 대한 국내 여론이 강해질 전망이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작년 8월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한 것을 보면 사실상 1년간 시간을 준 것”이라면서 “그동안 유예 기간을 두면서 한국 역시 충분히 명분을 쌓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미중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지소미아 종료 강행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발표한 당시에도 미국으로도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압박을 받았다. 작년보다 미중갈등이 한층 심화된 상황 속에서 지소미아 효력을 중지할 경우 한국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미간 군사·안보 협력 뿐만 아니라 장기화되고 있는 한미간 방위비 협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지소미아는 복잡한 문제다. 작년보다 상황이 많이 안 좋아졌다”면서 “미국이 G7을 G11으로 확대하고, 경제번영네트워크(EPN)을 언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지소미아에서 빠진다고 한다면 상당한 압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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