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피어의 소셜 미디어 화면 캡처. |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미국프로농구(NBA) 새크라멘토 킹스의 경기를 1988년부터 중계한 스포츠 캐스터 그랜트 네이피어가 인종 차별 발언 논란 속에 사퇴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3일(한국시간) "네이피어가 '모든 생명이 중요하다(ALL LIVES MATTER)'라는 발언을 해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보도했다.
네이피어는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새크라멘토에서 뛰었던 드마커스 커즌스로부터 소셜 미디어를 통해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는 것에 대한 당신 의견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네이피어는 답글을 통해 "잘 지냈느냐. 오랜만에 연락이라 나는 당신이 나를 잊은 줄 알았다"고 반가워하며 "모든 생명이 중요하다. 하나하나의 생명 모두"라고 답했다.
이 말 자체는 사실 틀린 얘기가 아니지만 미국에서 '모든 생명이 중요하다'는 말이 '흑인 생명이 중요하다'는 말과 함께 쓰일 때 의미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는 말은 백인이 우월한 지위에 있는 현실 속에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흑인 생명에 대한 존중을 강조하는 의미인데 여기에 '모든 생명이 중요하다'고 반박할 경우 인종 차별적인 현실을 무시하고 부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새크라멘토 구단은 "네이피어의 발언은 우리 구단의 입장이나 가치를 반영하지 않는 것"이라며 그의 사퇴 사실을 발표했다.
30년 넘게 새크라멘토 경기를 중계한 네이피어는 "많은 성원을 보내준 팬 여러분께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항상 제 마음은 킹스와 함께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역 신문과 인터뷰에서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는 표현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지역 라디오 방송 진행자 자리에서도 물러난 네이피어는 "내가 모든 생명이 중요하다고 말했을 때 그것이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는 표현이 가리키고자 하는 것에 반대되는 의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혀 의도한 바가 아니다"라며 "최근 며칠 사이에 말수를 줄이고 주위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노력했다. 지난 며칠이 미국을 더 좋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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