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확대 둘러싼 논란
1998년 러 참여로 한동안 G8
환영 못 받는 ‘부자들의 잔치’
한국 등 수혈해 존립 명분찾기
러 “G20 협의체가 더 효율적”
미국, 일본, 캐나다와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의 네 나라로 구성된 주요 7개국(G7) 국가들은 2018년 기준으로 세계 전체 부(317조달러)의 58%를 차지한다. 세계 총생산(GDP)의 46%가 이 7개국에서 만들어진다. 하지만 ‘부자들 잔치’라는 것 외에 이 그룹이 존재 의미를 보여준 지는 오래됐다.
“한국, 인도, 호주, 러시아도 초대하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안을 계기로 G7 확대 논쟁이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등에 초대 메시지를 보낸 데 이어 1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통화했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G7 회합을 진전시킬 방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영국 총리실은 “보리스 존슨 총리는 러시아의 재가입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 했고, 캐나다의 저스틴 트뤼도 총리도 “러시아가 환영받을 수는 없다”고 했다.
한국과 인도, 호주에 대해선 반대가 없을 것이라고 외국 언론들은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한국과 호주가 참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뉴스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한국 등 세 나라를 끌어들여 ‘수혈’을 하지 않으면 실상 G7은 존립의 명분을 찾기도 힘든 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의도가 무엇이든, 이 기구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지적에는 이견이 많지 않다.
출발은 1973년이었다. 산업화된 나라들의 포럼을 만들자는 당시 미 국무장관 조지 슐츠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돼 서독, 프랑스, 영국 정상이 워싱턴에서 비공식으로 만났다. 곧 일본이 들어갔고 1975년 이탈리아가 합류했다. 1976년 “영어를 쓰는 정상이 더 필요하다”며 미국과 영국이 캐나다를 넣어 G7이 됐다.
출범 초부터 세계 경제가 주된 안건이었지만 정상 간 역학에 좌우됐고 실질적인 역할은 적었다. 아시아 금융위기가 터진 1999년 금융안정화포럼을 계기로 G20이 생겼다. 결정적으로 G7의 위상을 약화시킨 것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뒤이은 유럽 재정위기였다.
2015년 독일 회의 때에는 7500명이 몰려들어 ‘스톱 G7’ 시위를 했다. 한 줌의 국가들이 세계를 좌지우지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었다. 2018년 캐나다 회의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나머지 정상들 간의 마찰로 분위기가 냉랭했다. 지난해에는 개최국 프랑스가 이란 외교장관을 갑자기 초청했고, 브라질의 삼림파괴에 항의하는 아마존 원주민들의 시위가 겹쳤다. 이슈만 많고 실속은 없는 회의였으며 결국 공동성명도 내놓지 못한 채 끝났다.
러시아는 1998년 멤버가 됐다. 당시 경제 파탄 상태였던 러시아를 끼워넣은 것은 정치적 이유에서였으나, 2014년 3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하자 미국이 밀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에도, 지난해에도 러시아를 부르자고 거듭 주장했다. 지난해에는 이탈리아만 찬성했고 5개국은 거부했다. G10으로 확대하는 것에 대한 반대는 많지 않아 보이고, 브라질이 참여하는 G11이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러시아를 포용하는 G12가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러시아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2일 자국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우리는 현재의 G7이 아주 낡은 모임이고 세계 정세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했으며 그러한 입장에 동의한다”면서도 “중국의 참여 없이는 전 지구적 의미가 있는 중요한 구상들을 이행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이미 효율적이고 스스로를 잘 입증한 주요 20개국(G20) 협의체가 있다. 여기엔 G7과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회원국이 모두 들어가 있고, 전 세계의 경제 성장 및 정치적 영향력의 중심이 되는 유력 국가들이 모두 포함돼 있다”고 했다. 국제 문제를 논의하는 틀로서 보다 폭넓은 국가들의 모임인 G20이 더 효율적이라고 한 것이다.
구정은 선임기자 ttalgi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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