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중국도 참여해야’
기존 회원국들, ‘G7+4’ 제안 즉각 반발
“크림반도 합병 러시아 초청 안돼”
독일 메르켈, 트럼프 독주 불쾌 불참
미 우선주의 관철시킬 ‘반중 연대’
이탈리아는 친중…독일·프랑스는 회의적
2018년 6월9일 캐나다 퀘벡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앙겔라 메르켈(왼쪽 셋째) 독일 총리 등 회원국 정상들이 도널드 트럼프(맨 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공동성명 채택을 놓고 토론을 하고 있다. 이 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로 공동성명 채택이 불발되는 파행을 겪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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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확대 개편돼 한국도 참가하는 G11이 성사될 수 있을까? 성사된다면, 미국이 의도하는 ‘반중국 연대’의 틀로 작동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현재로선 갈 길이 멀어 회의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각) 문재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에게 전화를 걸어, 올해 9월 미국이 주최국인 G7 정상회의에 초청하겠다고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밝힌 대로 G7을 한국·러시아·인도·오스트레일리아까지 포함해 G11으로 확대 개편하는 구상을 본격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문 대통령은 1일 초청을 수락했으나, 러시아는 중국의 참가가 없으면 G7 확대는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기존 G7에 한국 등 4개국을 추가하거나 여기에 브라질을 더해, G11이나 G12로 확대 개편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G7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적절히 대표한다고 느끼지 않는다”며 “이는 아주 낡은 국가 모임”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쪽은 중국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논의하기 위해 전통적 동맹들을 함께 모으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배경을 밝혔다. ‘글로벌 반중연대’라는 의미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일 “중국의 참여 없이는 세계적 중요성을 가진 진지한 일들을 완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G7이 낡은 체제라는 트럼프의 인식에는 동조하면서도, 중국이 참여하지 않으면 러시아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시사한 것이다.
앞서, 영국과 캐나다는 러시아를 포함한 G7 확대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는 1997년부터 G7에 가입해, G8 체제로 운영되다가 2014년 크림반도 합병에 대한 국제제재로 이 모임에서 배제됐다. 영국과 캐나다는 크림반도 합병 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러시아를 초청할 이유가 없다고 반발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주 일찌감치 올해 G7 회의 불참을 선언했다. 코로나19 위기로 참여할 수 없다는 이유지만, 트럼프가 주도하는 G7에 대한 불신감과 유용성에 대한 회의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G7은 2018년부터 트럼프의 독주로 파행을 겪어왔다. 트럼프는 캐나다에서 열린 2018년 회의에서 미국이 “무역으로 우리를 뜯어먹는 나라들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주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거의 모든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 등 무역에 대한 이견이 컸던 당시 회의는 공동성명 채택이 불발되는 파행을 겪었다.
G7 회원국들은 트럼프 이후 G7이 서방 주도국들의 화합과 ‘협력의 장’이 아니라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관철하는 ‘불화의 장’이 됐다며, 유용성에 회의를 보이는 상황이다. 기존 G7 체제도 회의하는 상황에서 반중연대를 겨냥한 G11으로의 확대 개편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다. 일본은 한국의 참여를 꺼려 G7 체제 유지 입장이다.
러시아가 가입하는 G11으로 확대된다 해도, 미국이 의도하는 반중연대의 틀로 기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러시아는 중국과 ‘대미 중-러 연대’를 구축하고 있어, G11을 반중연대의 도구로 삼는 데 반대할 것이다. 기존 회원국 중 이탈리아는 친중 노선이다. 독일과 프랑스도 G11이 반중연대 쪽으로 흘러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인도 역시 G11을 중국에 대한 위험 회피 전략으로 이용하더라도, 반중연대 일원으로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는 9월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릴 예정인 G7 정상회의에 트럼프가 초청하려는 비회원국은, 일단 옵서버 형태로 참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G7 회의에서도 인도 등 9개국이 게스트로 초청됐다.
G11 제안이 한국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겉으로는 흔쾌히 트럼프의 제안을 수락한 모양새다. G11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고 미국이 의도하는 반중연대의 틀이 되기도 힘들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초청을 거부하는 것도 모양이 사납고, 한국으로서는 흔쾌히 트럼프의 초청에 응한 것처럼 ‘일단 밥상에 숟가락을 올려놓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의 선택지로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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