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에서 지난 1일(현지시간)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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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인종차별에 반발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각종 가짜뉴스가 퍼지며 미국 사회를 한층 더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29일(현지시간) 하루에만 조지 플로이드와 시위 관련 소식은 SNS와 언론에서 880만 번 언급됐다. 지난해 벌어진 홍콩 시위와 프랑스 노란조끼 시위가 하루에 각각 150만 번과 94만1000번 정도 언급된 걸 고려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문제는 높은 관심도만큼 가짜뉴스와 각종 음모론도 횡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은 SNS에서 퍼지고 있는 가짜뉴스들이 이념과 진영논리를 강화하는 데 주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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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이드는 사실 죽지 않았다” 수백 건 올라와
NYT에 따르면 지난 29일 음모론을 다루는 한 유튜브 채널은 “플로이드의 죽음이 조작되었다”는 내용의 영상을 올렸다. 백인 경찰의 과잉 대응에 희생된 조지 플로이드가 사실은 죽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 영상은 미국 극우 집단 ‘큐어넌(QAnon)’에 의해 공유돼 약 130만 명에 노출됐다. 유튜브는 '혐오 표현에 대한 정책 위반'이라며 영상을 삭제한 상태다.
SNS에 조지 플로이드가 숨지지 않았다는 가짜뉴스가 담긴 영상이 돌아다니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
트위터에도 지난 일주일 동안 “조지 플로이드는 죽지 않았다”는 트윗이 수백 건 올라왔다. 플로이드의 목을 짓누른 백인 경찰 데릭 초빈은 사실 배우며, 이 사건은 모두 ‘딥스테이트’에 의해 조작됐다는 식이다. ‘딥 스테이트’는 미국의 정부 안에 깊숙이 자리 잡은 비밀 집단을 지칭하는 것으로, 주로 ‘큐어넌’ 등이 주장하는 음모론 속에 등장한다.
NYT는 이런 주장이 '1969년 달 착륙 조작론'처럼 오래전부터 반복되고 있는 방식의 음모론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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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소로스의 배후설'도
세계적인 투자자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 매니지먼트 회장이 이번 시위에 자금을 대고 있다는 가짜뉴스도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 매니지먼트 회장이 2019년 6월 2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가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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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는 소셜미디어 분석 업체 데이터민러를 인용해 지난 일주일간 소로스를 플로이드의 죽음과 연관해 언급한 횟수가 3만4000건에 달한다고 전했다. 유튜브에서도 소로스가 시위대에 돈을 댄다는 ‘소로스 음모론’이 5개 언어로 약 90건 정도 올라왔다. 대부분 소로스가 트럼프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해 시위대를 측면 지원하고 나섰다는 내용이다.
NYT는 이 현상이 새로운 사건이 어떻게 구닥다리 음모론과 결합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했다. 소로스는 ‘큐어넌’ 등 극우 집단이 퍼뜨리는 음모론의 주요 대상이었다.
이에 소로스의 대변인은 “길거리에 나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돈을 받고 나왔다고 생각한다니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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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blackout, 시위 도중 가짜뉴스도
WP에 따르면 지난 1일에는 트위터에서 ‘DCblackout’이라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갑자기 급증했다. 워싱턴DC에서 방화와 약탈 등이 일어나자 당국이 소요사태를 진압하기 위해 통신망을 일부러 끊었다는 것이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시위 참가자들이 경찰의 최루탄을 피해 도망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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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경찰국장인 피터 뉴샴은 “어떤 형태로든 통신 두절은 없었다”며 “(이런 가짜뉴스가) 내가 소셜 미디어에서 얻은 정보를 믿지 않는 이유”라고 관련 소문을 부인했다.
트위터 대변인 브랜든보르만은 “우리는 #DCblackout을 면밀하게 조사하고 있다”며 “이 시간 동안 해시태그를 이용했던 수백개의 스팸 계정을 정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문제를 둘러싸고 시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들려는 시도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태 해결을 위한 리더십 보다는 진영논리에 기대는 정치 지도자들 역시 가짜 뉴스가 횡행하는 상황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폭력 시위를 주도하는)안티파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할 것"이라며 경고성 게시물을 올렸다. [트위터 캡처] |
NYT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폭력 시위 배후 세력으로 ‘안티파(Antifa)’를 지목하고 나선 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안피타시스트(Anti-facist)의 줄임말인 안티파는 극좌파를 뜻한다. 트럼프는 이들이 배후 세력이라는 구체적인 근거는 대지 못했는데, 다분히 이번 사태를 이념대결로 몰아가기 위한 의도가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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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는 독성을 지녔다”
그레이엄 브루키 대서양협의회 디지털 포렌식 연구소장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가짜뉴스와 음모론은) 모두 독성을 가지고 있다”며 “이는 진짜 여론과 분열을 조장하기 위해 만들어낸 목소리를 구분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사안의 과열, 그리고 무엇보다 뿌리 깊은 분열이 가짜뉴스를 성행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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