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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G7 정상회담

트럼프의 中견제 노림수라는데···G7 초청 흔쾌히 응한 文,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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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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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G11이나 G12로 확대하고 연내에 ‘대면’ 정상회의를 갖기로 한 것과 관련해 청와대가 2일 재차 의미를 부여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연말에 문 대통령의 방미가 성사된다면 G7에 옵서버로 가는 일회용이고 일시적인 성격이 아니라, 한국이 G11 또는 G12라는 새로운 국제체제의 정식멤버가 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세계의 질서를 이끄는 리더국 중 하나가 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G20에 가입한 것도 외교적 경사라는 평가를 받았다”며 “G11 또는 12 정식멤버가 될 경우 우리나라의 국격 상승과 국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의 G7을 G11이나 G12로 확대하려는 배경에는 중국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시각이다. 홍콩 보안법 문제로 양국의 갈등이 절정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던진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 중국 견제용 포석으로, 추가 합류 후보국인 한국ㆍ호주ㆍ인도는 미국의 '인도 태평양 구상'에도 포함된 국가다.

문제는 한국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 끼어 있는 모양새라는 점이다. 한국의 동맹국인 미국은 안보 동반자고, 한반도와 맞닿아 있는 중국은 경제 동반자다. 미국과 중국이 적대시하는 상황이 이로울 게 없다는 의미다. 노무현 정부 때 ‘한반도 균형자론’을 내세우며 거중조정 역할을 자임했지만, 아무런 반향이 없었다.

문 대통령도 이런 상황에 대한 고심이 깊다는 게 참모들의 전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바로 그 날, 문 대통령은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는 자국 중심주의와 강대국 간 갈등이 우리 경제에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트럼프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 건 문 대통령의 뜻이었다. 문 대통령은 “환영할 일이다. 조금도 회피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에 대해 대선 후보 시절 문 대통령의 외교 참모로 활동했던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세계적인 문제를 다른 국가와 협의하면서 풀어갈 수 있는, 한국 외교가 꿈꿔왔던 기회이자 국격이 올라갔다는 의미”라며 “그 전부터 미ㆍ중 갈등에 대한 고민은 많이 했겠지만, 어찌 됐든 우리의 동맹은 미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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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12월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한 뒤 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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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중국의 대응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연내 방한을 약속한 상황에서 미국의 대중국 견제 포석에 한국이 호응하는 모양새가 마뜩잖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통화에서 문 대통령에게 ”이 통화를 대외적으로 언급하고, 긍정적 발표문을 내면 좋겠다“는 당부도 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날 정상 통화에서 중국이나 홍콩 문제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며 “중국은 반발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단 현재도 반발이 없지 않나. 전날 ‘적절한 시기에 대면 회의로 G11이나 G12가 개최되면 세계가 정상적인 상황과 경제로 돌아갈 것이라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발언을 주목하라”고 말했다.

꽉 막힌 세계 경제가 뚫리기 시작했다는 상징적인 의미 외에, 한국이 정식 멤버가 되더라도 경제 이슈에 집중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자유무역과 국제 분업을 강조해온 한국과 중국의 입장이 자국 중심주의 경향이 짙어지는 미국과 다르다는 점을 들어, 이를 고리로 중국에 대한 사전 외교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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