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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지구촌 확산 흑인사망 시위, '반 트럼프' 목소리 규합(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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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프랑스·캐나다·독일 등서 연대시위…자국 인종차별 비판도

적대국은 '미국 위선' 지적 계기로 활용…중국서 "벙커소년" 조롱 잇달아

전 세계 신문도 비판 가세…"미국 역사에서 익숙한 패턴" 지적

연합뉴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서 벌어진 '조지 플로이드 사건' 항의 시위 모습
[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미국의 백인 경찰이 비무장 흑인을 숨지게 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대한 분노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반대하는 '반 트럼프' 목소리를 규합하고 있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 각지 주민들이 미국 시위대에 동조하며 인종차별을 규탄하고 있고, 미국과 적대 관계에 있는 나라들은 이번 사건을 '미국의 위선'을 지적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런던에선 주민 수천 명이 미국대사관을 둘러싸고 시위를 벌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거리두기 지침을 어기고 나온 이들은 "숨을 쉴 수 없다", "정의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 등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다.

이후 이들은 2017년 대형 화재 참사가 발생해 아랍, 아프리카 출신 주민과 무슬림들이 많이 숨진 그렌펠 타워로 이동했다. 한 시위자는 타워 아래 있는 기념비에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고 적었다.

캐나다와 프랑스 주민들은 미국의 인종차별을 규탄하며 최근 자국에서 발생한 흑인 사망 사건에 대한 분노도 표출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지난 27일 흑인 여성 리지스 코르친스키-파케트(29)가 집에 경찰이 도착한 후 발코니에서 추락해 숨지자 정확한 사망 경위 공개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2016년 경찰에 체포돼 구금 중 사망한 24세 흑인 남성 아다마 트라오레의 유족이 플로이드 사건에 대한 항의 시위를 열자고 촉구했다.

트라오레의 유족이 이끄는 단체 "아다마를 위해 진실을"은 최근 페이스북 설명에서 "그의 이름은 조지 플로이드였고, 아다마와 마찬가지로 흑인이라는 이유로 사망했다"고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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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독 미국대사관 앞의 '미국 흑인사망' 항의 시위대
(베를린 로이터=연합뉴스) 독일 베를린의 주독 미국대사관 앞에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우리를 죽이지 말라'고 적힌 포스트 등을 들고 서 있다. leekm@yna.co.kr



독일 베를린 주민들 역시 미국 대사관 앞에서 "우리를 그만 죽여라" 등 문구가 적힌 포스터를 들고 시위에 나섰다.

독일 프로축구리그에서 활약하는 제이든 산초, 마르쿠스 튀랑, 웨스턴 맥케니는 주말 경기 중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행동을 보였다.

호주에선 이번 사건으로 자국 내 원주민 차별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트위터에선 '애보리진(원주민)의 목숨도 중요하다'는 해시태그가 급증했다고 NYT는 전했다.

호주 연방 하원의원이자 원주민인 린다 버니는 현지 방송에 출연해 1991년 이후 경찰에 구류되던 중 사망한 원주민이 430명이 넘는다고 지적하며 "이번 일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도 주민 수천 명이 모여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미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나라들은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가리키며 '미국 몰락'의 신호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란 외무부는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 이름으로 낸 성명에서 "미국은 수많은 독재자를 지원하면서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에 개입하고 핵무기 개발 야욕에 돈을 퍼부어 자국민을 괴롭혔다"며 "이런 미국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는 건 놀랍지 않다"라고 비판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앞까지 시위대가 몰려와 지하 벙커로 피신했다는 소식이 나오자 그를 "벙커 소년"이라고 조롱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미국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을 비판하는 데 대해 "그들은 자국 안보는 매우 중시하면서 우리나라의 안보, 특히 홍콩문제에 관해선 색안경을 쓰고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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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수천명이 모여 인종차별과 경찰 폭력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세계 각국의 신문들은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미국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 관행을 또다시 부각했다는 내용의 칼럼과 사설을 잇달아 내놓았다.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칼럼을 통해 "지금의 대혼란은 미국 역사에서 반복되는 패턴에 따른 것"이라며 "국가가 흑인 등을 경찰 폭력으로부터 보호하지 못한 전례는 차고 넘친다"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유력지인 르 몽드는 사설에서 "조지 플로이드와 에릭 가너(2014년 미국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남성)는 개별적 희생자가 아니다"라며 "전 연령대의 흑인 미국인 남성이 경찰을 맞닥뜨리면 상황이 나쁘게 되는 경우가 너무나 자주 있다"고 비판했다.

일부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의 시민 분노와 혼란을 가라앉힐 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캐나다 매체인 토론토스타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을 통해 나라를 치유하려 한다고 해도, 시위자들에게 도발로 간주되지 않고 상황을 완화할 만한 어떠한 말을 하는 모습도 상상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조지 플로이드가 미국 내 썩은 인종차별을 폭로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팬데믹이 심화할수록 트럼프에게 '경제 카드'가 더는 먹히지 않는다.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게 그의 트럼프 카드"라고 조롱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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