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초청에 기꺼이 응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2일 “문 대통령의 방미가 성사된다면 G7 옵저버로 가는 일시적인 성격이 아니라 G11, G12라는 새로운 국제체제의 정식 멤버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이제 세계의 외교질서가 트럼프 대통령 표현을 빌면 낡은 체제인 G7에서 G11, G12로 전환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우리가 세계 질서를 이끄는 리더국 중 하나가 된다는 의미”라며 “G11, G12 정식 멤버가 될 경우 국격 상승과 국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G7 정상회의 때 의장국은 회원국 외 국가를 옵저버로 초청하는 경우가 있고, 올해 의장국은 미국이다. 그런데 강 대변인 말은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 초청을 받아 올해에 한해 옵저버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하는 게 아니라 G11 또는 G12의 정식 멤버로 회의에 참석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당장 올해부터 G7이 G11 또는 G12로 확대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 외에도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등 다른 G7 회원국이 동의해야 한다.
앞서 전날 밤 15분간 진행된 한·미 정상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9월 이후 미국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러시아·인도·호주와 함께 한국을 초청할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고,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님의 초청에 기꺼이 응할 것”이라고 화답한 터다. 두 정상은 G7을 G11 또는 G12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데도 뜻을 모았다.
강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통화 말미에 문 대통령에게 ‘이 통화를 대외적으로 언급하시고 긍정적 발표문을 내시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문 대통령도 ‘그렇게 하겠다. 한국 국민도 기뻐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G7외에 한국, 러시아, 호주, 인도 등으로 참여국을 확대할 의사를 밝힌 뒤 가장 먼저 전화를 걸어온 것이 문 대통령이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발표로 G11, G12 확대를 공식화하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G7 회의에 비회원국인 한국·러시아·호주·인도를 초청한 것을 두고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의도라는 관측도 나오는 터다. 하지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국의 G7 회의 참석에 중국이 반발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정부는 중국이 반발하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전날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G7의 확대 형태로 대면 확대정상회의가 개최되면 포스트 코로나의 이정표가 될 것’ ‘적절한 시기에 대면회의로 성공적으로 개최된다면 세계가 정상적인 상황과 경제로 돌아간다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을 참고해 달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확대된 형태의 G7 회의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극복에 강조점이 놓인 것이어서 중국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이 회의에 참석하더라도 미국의 ‘중국 때리기’와는 거리를 둘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기 전 참모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에 대해 조금도 회피할 필요가 없다.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고 강 대변인이 전했는데,문 대통령의 이런 인식도 같은 맥락에 놓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제혁 기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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