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오후(한국시간) 전화 통화를 하며 양국 현안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 요청으로 이뤄졌으며 두 정상은 오후 9시 30분부터 15분간 통화했다. [사진 제공 = 청와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국을 반중(反中) 연합 전선에 참여시키려는 미국의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일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선진 7개국 그룹(G7) 확대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1일 오후(한국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40여 일 만에 통화를 요청해 중국과 이웃한 '맹방' 한국을 대중(對中) 전선의 전초기지로 만들기 위한 의도를 드러냈다.
이날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G7에 한국·호주·러시아·인도·브라질을 포함해 'G11' 혹은 'G12'로 확대 발전시키고자 하는 자신의 구상을 설명하고 문 대통령 의중을 물었다. 일단 문 대통령은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 제안에 긍정적 입장을 밝히며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에 기꺼이 응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G7 체제는 전 세계적 문제에 대응하고 해결책을 찾는 데 한계가 있다"고 중견국 그룹 리더 격인 한국·호주 등으로 문호를 넓히는 것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날 문 대통령은 G7 확대 개편의 목적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세계 경제 회생을 위한 신호탄'으로 설정했다. 이를 통해 사실상 '중국 고립화'에 나서겠다는 트럼프 대통령과는 분명하게 결이 다른 언급을 내놓은 것이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확장된' G7에 참여해 향상된 국력과 국격을 증명할 기회를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러브콜이 11월 예정된 대선 캠페인 속에서 나온 것임을 감안하면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측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문 대통령은 한중 관계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 확장된 G7에 대한 참여는 환영하지만 그 속에 담긴 트럼프 대통령 의도에는 동의하지 않으면서 '보편타당한' 명분을 앞세우는 절충점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 노선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경우 과거 사드 배치 논란 당시처럼 대중국 외교 관계가 급랭하고 국가 이익은 물론 우리 기업들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방송에 나와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언급한 뒤 "중국이 다음 세기를 지배하도록 해선 안 된다"면서 "한국 등 동맹들과 좋은 파트너 상태를 유지해 자유를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와 인터뷰하면서 중국 군사력에 대한 질문을 받고 "중국공산당의 군사적 발전은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직접 거론해 "시 주석은 군사력 증강에 몰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은 최근 미·중 신냉전 국면에서 '중국공산당(CCP)'과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General Secretary)'라는 호칭을 의도적으로 사용해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인도 호주 한국 일본 브라질 유럽 등 전 세계 동맹들과 좋은 파트너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이들 나라와 함께 다음 세기도 계속해서 미국에서 누리는 자유를 본보기로 한 서방(주도)의 세기가 되도록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중국을 '공산주의 독재정권'으로 부각하며 이데올로기 차원의 대립 구도도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유럽 국가들은 이제 중국공산당이 야기하는 위험, 즉 독재정권이 하는 일을 분명하게 보고 있다"면서 "중국공산당이 서구의 신념과 민주주의, 가치를 파괴하는 데 몰두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국민을 위험에 처하게 한다"고 맹비난했다. 미국 의회도 중국 때리기를 이어갔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하원에서 중국을 제재하는 법안이 추가로 발의될 예정이라고 1일 전했다. 공화당 소속 하원 의원들이 주도하는 이 법안은 중국 인민해방군과 관련돼 있는 방산업체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반중 연합 구축 시도가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며 경계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G7 정상회의에 한국 등 4개국 정상을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미국의 일방주의 정책은 G7 동맹의 균열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G7을 G11 회의로 확대하길 바라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러시아를 참여시키는 것은 G7 동맹들의 불만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화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프라인 G7 확대 회의를 이용해 사익을 취하려 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고려한 셈법이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고립을 회피하기 위해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경제 협력 강화와 중화 경제권 확대도 함께 모색하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대외적으로는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속도를 내는 등 개방과 무역 확대에 나설 것"이라며 "중국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매우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 협정에는 일본 베트남 캐나다 등 아시아·태평양 11개국이 참여 중이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 서울 = 안두원 기자 / 김성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