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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국과수 연구원 “비행체 아니면 5·18 전일빌딩 10층 탄흔 설명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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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89)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에 출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연구원이 광주 전일빌딩 10층에서 발견된 탄흔은 헬기사격 결과물일 가능성이 크다고 증언했다.

1일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전씨의 사자명예훼손 공판에는 광주 전일빌딩 탄흔을 감정한 김동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총기연구실장과 김희송 전남대 5·18 연구소 교수가 검찰 측 감정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전일빌딩은 1980년 당시 옛 전남도청 일대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2016년 리모델링을 위해 노후화 정도와 사적 가치를 조사하다가 10층에서 다수의 탄흔이 발견됐다.

세계일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 재판이 열린 1일 광주 동구 광주지법 앞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동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총기연구실장이 법정을 나오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광주시 의뢰로 국과수는 2016년 9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국과수가 전일빌딩에서 발견한 탄흔은 외벽에 68개, 실내 177개 등 총 245개로, 탄흔의 발사각도 등을 토대로 정지 비행 상태에서 헬기 사격을 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김 실장은 이후 광주지법의 촉탁검증 등을 지속해 총 281개를 발견했고 하나의 총알이 여러 탄흔을 만들 수 있어 총 270개의 탄흔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증인석에 선 김 실장은 “더 높은 곳에서의 사격이 아니면 건물 10층 바닥에 탄흔을 만들 수 없다”며 “당시 주변에 더 높은 건물이 없다면 당연히 비행체 사격이 유력하다는 것이 제 견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주로 40∼50도 안팎의 하향 사격이 많았고 수평 사격, 상향 사격 흔적도 있었다”며 “이런 식으로 각도를 바꿀 수 있는 것은 비행체 사격밖에 없어 10층 탄흔은 헬기에서의 사격이 유력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총기 종류는 특정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10층 출입문에서 사격했다는 의견도 있는데 바닥은 가능하겠지만 출입문에서 보이지 않는 기둥에도 탄흔이 있다”며 “옥상에서 줄을 타고 내려와 사격했을 가능성 역시 기둥에 탄흔이 50개가 넘는데 줄에 매달린 채 불과 50cm 앞 벽에 30발 또는 20발 짜리 탄창을 바꿔가며 쏠 사람이 과연 있을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전씨의 법률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국과수가 전일빌딩 탄흔의 정확한 생성연도 조사와 현장 탄흔 실험, 화약 성분 검출 실험을 하지 않았다며 5·18 당시 생긴 흔적이라는 과학적 근거가 있느냐고 질의했다. 여기에 김 실장은 “외벽 탄흔 중 일부만 방송실 실내 탄흔과 같은 시기에 생긴 것으로 판단했다”며 “나머지 외벽 탄흔은 헬기 또는 지상에서 생긴 것인지 검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40년이 지나 화약물질이 검출되지 않을 것이라 실험도 진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전씨는 이날 재판부로부터 불출석 허가를 받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김 부장판사는 재판을 시작하면서 “형사소송법상 ‘장기 3년 이하 징역형’에 해당해 이를 근거로 불출석을 허가했다“며 “만약 피고인이 치매로 변별 능력이 없거나질병으로 거동이 불가능하다면 공판 절차를 중지해야 하는데 그런 사유는 없다고 판단해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불출석 허가가 전씨의 건강 상태 때문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불구속 기소됐다. 전씨의 다음 재판은 오는 22일로, 전씨 측은 백성묵 전 203항공대 대대장, 장사복 전 전교사 참모장, 이희성 전 육군 참모총장을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할 예정이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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