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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 데릭 쇼빈의 가혹 행위로 숨진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약탈, 방화가 일어나면서 폭력 시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폭력 시위 외의 다른 해결책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흑인의 영상이 화제와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 영상은 시위에 참여한 45세, 31세, 16세의 흑인 남성이 논쟁을 하는 장면을 찍은 것으로, 한국 트위터 이용자 육아러장차장(@jangchajang)이 번역해 한글 자막을 달아 올리면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현재까지 이 트윗은 2만3000건 넘게 리트윗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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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영상은 시위에 참여한 31세 남성이 45세 남성과 논쟁을 벌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들 중 가장 윗 세대인 45세 남성이 “우리식으로 해야돼!” “지금은 다같이 일어서야 한다고! 죽을 각오를 하고!”라고 말하자 31세 남성은 “쟤들(트럼프 정부)이 실탄을 퍼부을 모양인데”라며 16세 소년을 데려와 말한다. 그는 “지금 이거? 10년 후에 똑같이 또 일어나”라며 “그때 너는 26살인데 10년 후에 너도 내 위치가 될 거라고”라고 말한다. 이어 “니들이 지금 16세에 해야할 일은 더 나은 길을 모색하는 것”이라며 “왜냐면 지금 어른들이 하는 이 짓은 안 먹히거든. 저 아저씨는 45살인데 아직까지 분노하고 있고, 난 31살 먹었는데 아직 분노 중이고, 넌 16살에 분노하고 있어”라고 덧붙인다.
그는 “이렇게 위험한 길은 너가 가서는 안 될 길이야. 너랑 니 친구들은 다 같은 힘이 있어”라며 “너네들은 제발 더 나은 길을 찾아서 해. 우리 윗세대는 못했으니까”라고 말한다. 그는 “내 아들이 5살이야. 그런데 아직도 이 모양이야”라며 “내가 4년 전에도 시위했거든. 키이스 라몬 스캇 사망사건 때. 이런 똑같은 짓을 매일 밤마다 주구장창”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루 지나도 또 이 상태, 또 이 상태. 그런데 바뀌는 게 전혀 없어”라며 “더 나은 방법을 찾아봐. 그리고 네 몸부터 간수해”라고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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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18초 분량의 짧은 영상은 미국을 건너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이 영상을 번역한 육아러장차장은 “흑인 사회가 가진 절망감이 그 뿌리가 최근 30~40년 간에도 얼마나 깊은지 보여주는 보여주는 영상”이라며 소개했다. 육아러장차장은 경향신문에 “흑인들은 전부 폭력적이라 답없다는 일부 사람들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보고 번역하게 됐다”며 “흑인 내부에서도 얼마나 치열한 논쟁이 있는지 알아야하고, 그들의 노력이 그냥 가만히 있다가 이때다 싶어 약탈이나 일삼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제 흑인들의 폭동 영상이 필터링과 조작을 거쳐 미국내 방송언론에서 쏟아져나오고 있다. 필터를 거치지 않은 날것의 흑인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한글 자막을 입힌 영상은 30만회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하며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트위터 이용자 이진경(@castellio)은 “현재 흑인들이 겪고 있는 절망의 깊이가 얼마나 오래되었고 큰지, 젊은 세대에게 승리의 유산으로 물려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윗세대의 절망은 또 어떤 것인지, 거리의 논쟁은 처연하고 숙연하게 이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해당 영상이 한국어 자막을 달고 확산되자 미국의 트위터 이용자는 “번역에 감사하다. 해외에서도 여기서 벌어지는 일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흑인들에 대한 편견을 갖고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댓글을 달았다.
영상에 등장하는 31세 남성이 언급한 키이스 라몬 스캇 사망사건은 2016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서 흑인 남성이 살해당한 사건이다. 미국 흑인 사망사건에 대한 항의 시위는 140여개 도시로 확산되고 있으며 영국, 독일, 뉴질랜드 등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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