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자녀를 데리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가 결국 아이만 살해하고 살아남은 40대 엄마 2명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자녀 살해 후 자살‘이라는 이 행위가 ‘극단적 형태의 아동학대’라는 이유에서다.
울산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박주영)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43)씨와 같은 혐의로 기소된 B(41)씨에게 각각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12월 울산 자신의 집에서 아이 문제로 남편과 다툰 후 방에 번개탄을 피워 일산화탄소중독으로 2살된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2015년 현재 남편을 만나 재혼해 이듬해 12월 아들을 낳았다. 그녀는 남편이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생활비를 주지 않고, 외도까지 하게 되자 가정불화 끝에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남편이 A씨와 아들을 발견했을 때 아이는 의식과 호흡이 없었다. 위중한 상태였던 A씨는 사흘 만에 의식을 되찾았다.
B씨는 지난해 8월 울산 자신의 집에서 신경안정제와 수면제, 항정신병제 등의 성분이 든 다량의 약을 9살된 딸에게 먹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자신도 약을 먹었지만, 병원에서 의식을 되찾았다.
그는 자폐성 발달장애 2급을 가져 혼자서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딸로 인해 양육 부담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2017년 11월부터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다.
그러던 중 시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남편마저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휴직과 입원치료를 반복하며 생활고를 겪게 되자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됐다.
재판부는 두 사건이 별개이지만, 선고일을 같은 날로 잡아 두 피고인을 함께 불렀다.
재판부는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우리 사회에서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과 같은 비극이 자주 되풀이되는 건 자녀의 생명권이 부모에 종속돼 있다는 그릇된 생각 때문”이라며 “이러한 범죄는 ‘동반자살’이라는 표현으로 미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반자살은 가해 부모의 언어다. 이 범죄의 본질은 자신의 아이를 제 손으로 살해하는 것이고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아동학대 범죄일 뿐이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런 사건에서 책임은 누구에게 있고 피해자는 누구인지, 이 비극적 결과를 온전히 피고인과 그 가족에게만 묻는 것이 합당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라며서도 “고민 끝에 아이를 살해하는 행위가 그 어떤 이유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러 실형을 선고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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