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숨지게 한 美 경찰 '살인'으로 기소…9분간 짓눌렀다

25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이 비무장상태였던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누르고 있다. 조지 플로이드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트위터 캡처

미국에서 흑인 남성을 체포하다 숨지게 한 백인 경찰관이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고 2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백인 경찰관은 약 9분 동안이나 흑인 남성의 목을 누르고 있었다.

WP에 따르면 미네소타주 헤너핀카운티의 마이크 프리먼 검사는 이날 미니애폴리스경찰 소속 데릭 쇼빈(44)을 3급 살인 및 우발적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쇼빈은 지난 25일 흑인 조지 플로이드(46)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그의 목을 무릎으로 찍어 누른 인물이다. 당시 쇼빈 등 경찰관 4명은 위조지폐 관련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플로이드를 용의자로 체포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플로이드가 목숨을 잃었다. 이번 사건으로 미 전역에서 인종차별 시위가 들불처럼 번졌다. 특히 사건이 발생한 미니애폴리스에서는 쇼빈이 근무했던 경찰서가 시위대의 격렬한 시위에 불에 타는 등 혼란에 빠진 상황이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쇼빈은 플로이드의 목을 8분 46초 동안 무릎으로 눌렀다. 쇼빈은 플로이드가 의식을 잃은 뒤에도 2분 53초 동안 무릎을 목에서 떼지 않았다. "숨을 쉴 수 없다" "나를 죽이지 말라"며 고통을 호소하던 플로이드는 결국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이 사건으로 쇼빈을 포함한 경찰관 4명은 해임됐다.

WP에 따르면 쇼빈에 적용된 3급 살인은 "대단히 위험한 행동을 저지르며 인간 생명에 대한 존중 없이 타락한 심성을 보여주는" 살인 행위다. 이에 유족 측 변호사 벤저민 크럼프는 "우리는 1급 살인 혐의를 예상했고 이를 원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1급 살인은 사전에 계획된 살인 행위나 어린이 등 약자를 상대로 한 살인, 혹은 강도 등 다른 중대범죄를 저지르다 일어난 살인 등으로 규정된다.

프리먼 검사는 "우리는 여전히 증거를 검토하는 중"이라며 "혐의가 추가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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