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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긴급재난지원금

"도와야 한다" vs "세금이나 내라" 노숙인 재난지원금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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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코로나19 여파 취약계층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노숙인도 포함…지원금 신청 각종 장벽 우려

일부서 "세금 내지도 않는 노숙인 왜 돕냐" 비판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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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서울역 광장서 한 노숙인이 앉아 잠시 숨을 돌리고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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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노숙인에게 지급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을 두고 일부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있어, 이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노숙인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다.


지난달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침체로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지급 대상자는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유공자, 의료급여 수급자, 노숙인 등도 포함한다.


또한,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 무급휴직자, 임시일용직 등은 재난지원금 신청 때 소득이 급감했는데도 지원기준인 건강보험료에 반영되지 못한 경우, 신청 때의 소득 상황을 반영해 선정기준을 충족하면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노숙인들의 경우 재난지원금을 제대로 지급 받기가 어렵다. 거주지가 일정하지 않고, 주민등록증 등이 말소,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서류 자체를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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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광장 인근에 마련된 한 노숙인의 자리. 사진=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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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에서 노숙하고 있다고 밝힌 A(51) 씨는 "원래 집은 부산이다. 멀리 떠나오려고 서울역으로 왔다"며 "이제는 서울역이 집인데 거주지 문제 때문에 지원금을 못 받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집이 가까운 사람도 다시 돌아가지 않을 마음으로 집을 나왔는데 40만 원 받겠다고 집에 돌아가겠느냐"며 "살았던 동네에 가는 건 심적으로도 크게 부담되는 일이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 지원금 못 받는 사람들이 태반"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또 다른 노숙인 B(56) 씨는 재난지원금 자체를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그게 뭔지 모른다"며 "아예 들어본 적도 없다. 돈을 누가 준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사업 실패로 23년 전 집을 나왔다는 C(63) 씨는 "주민등록증이 말소돼서 받지 못했다. 다시 살리면 받을 수 있다는데 내 주소지가 밝혀지면 은행, 사채업자들이 집에 찾아갈 게 뻔하다"며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제 노숙인들은 재난지원금 수령에 앞서 본인인증 등 각종 장벽이 있어, 지급 절차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홈리스행동 등 노숙인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지난 5월9일과 10일 이틀 동안 진행한 102명의 설문조사 결과 다수의 응답자는 신청 과정, 지급 수단 등의 문제로 재난지원금을 신청할 수 없거나 사용할 수 없다고 답했다. 또한, 본인 인증에 어려움을 겪거나 받을 수단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온라인 신청의 경우 휴대전화나 신용카드가 있어야 하지만, 응답자 중 사용할 수 있는 휴대전화를 가진 사람은 21%에 불과했다. 사용 가능한 통장과 카드를 소지한 사람은 각각 34%, 24%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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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1월 서울 종로 한 지하철 입구 계단서 구걸 행위를 하고 있는 한 노숙인.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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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노숙인들은 재난지원금을 제대로 받기가 어려운 현실에 놓인 셈이다. 이어 각종 제도에 의한 장벽이 아닌 일종의 차별적 시선도 있다.


직업이 없어 세금을 납부하지도 않는 노숙인들에게 왜 국민 세금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냐는 지적이다.


40대 직장인 D 씨는 "노숙 자체는 안타깝지만, 결국 저 모습도 자신이 초래한 결과다"라면서 "재난지원금이 노숙인들에게 돌아가는 것을 나는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30대 중반 직장인은 "취약계층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맞지만, 노숙인들은 특별 관리가 필요하지 않나"라면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 노숙인들이 어떻게 소비를 하는지 등에 대한 계획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반론도 있다. 서울역 광장 일대서 만난 한 시민은 "노숙인들이 재난지원금 신청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는데, (노숙인 이용) 시설과 거리에서 직접 재난지원금 신청을 받으면 된다"고 제안했다. 이어 "일부에서 노숙인들에게 지급하는 재난지원금을 두고 반대하는 의견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좀 너무 야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40대 시민은 "재난지원금을 3개월간 신청하지 않으면 기부한 것으로 정리된다"면서 "노숙인들의 재난지원금도 그럼 기부로 전환되는 것인지, 그것이 맞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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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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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노숙인들에게도 재난지원금 수령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노숙인들에게도 재난지원금 수령권이 보장되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서 글쓴이는 "모든 시민의 권리인 재난지원금 수령권이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인 노숙인들에게도 보장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인 노숙인들 대부분이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관련 단체들에 확인한 후 국민청원을 하게 되었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누구보다 지원금 수령이 절실한 사람들이지만, 대부분의 노숙인들이 다양한 장벽으로 인해 재난지원금을 신청조차 하지 못하거나 신청을 거부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모든 시민의 권리인 재난지원금 수령권이 노숙인들에게도 보장될 수 있도록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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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홈리스행동, 빈곤사회연대 등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내놓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으로는 노숙인이 배제될 수밖에 없다며 지원금을 보장하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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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빈곤사회연대·홈리스행동 등 4개 노숙인 인권 단체들은 지난 11일 재난지원금 지급 시 노숙인들이 배제되지 않도록 세부 지침을 개선해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단체들은 "공인인증서나 신용·체크카드, 휴대폰 사용이 어려운 노숙인들에게는 현장 신청이 유일한 창구"라며 "그러나 노숙 지역과 주민등록지가 다른 데 교통비가 없어 지원금을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불카드나 상품권은 홈리스 상태에 있는 이들의 필요를 충족하지 못한다"며 "비교적 저렴한 주거지인 쪽방·고시원은 현금으로만 거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코로나19발 생계 위협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 대책에서 정작 가장 가난한 노숙인들이 배제되고 있다"며 "홈리스에 대한 차별 없는 재난지원금 보장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러한 제안을 담은 요구서를 청와대 민원실에 제출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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