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국민 10명 중 7명이 사퇴 입장’이라는 이날 여론조사(리얼미터)를 언급하며 “국민은 이미 윤 당선인이 국회의원이라는 공직을 수행하는 데에 적합하지 않다는 윤리적ㆍ정치적 판단을 내렸다”며 “앞서서 이 문제를 처리했어야 할 민주당이 그 판단을 미루다가 결국 국민에게 넘겨버렸다. 공천을 준 건 자기들(민주당)인데, 책임을 국민에게 넘겨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사진은 진 전 교수가 지난 2월 9일 오후 안철수신당 발기인대회에서 초청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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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전 교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부터 이 같은 프레임이 예고됐다고 했다. 그는 “국민은 그(조국 전 장관)가 공직을 담당할 자격이 안 된다는 윤리적ㆍ정치적 판단을 내렸는데, 공직자의 도덕성을 묻는 청문회에서 엉뚱하게 후보자의 유·무죄를 가르는 사법의 기준을 들이대며 임명을 강행했다”고 말했다. 조 전 교수는 지난해 9월 국회 청문회를 전후해 딸 특혜 입학과 가족 사모펀드 운용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됐지만, 청와대는 ‘위법 행위가 드러나지는 않았다’며 임명을 강행했다.
진 전 교수는 “그때 그 일을 주도한 게 노무현 재단과 관련해 구설에 오르고 있는 윤건영”이라고 했다. 조 전 장관 청문회 당시 윤건영 민주당 당선인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과 이번 사태를 비교했다. 그는 “황당한 게, 민주당에서는 탄핵 때는 이와는 다른 기준을 들이댔었다. 그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유무죄가 가려지기도 전에 탄핵을 주장했다”며 “탄핵심판은 피고인의 유무죄를 가르는 형사재판이 아니라, 공직자의 적격 여부를 가르는 행정심판이라며(민주당이 논리를 폈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에 대해선 “민주당 지도부와 실세들이 NL(National Liberationㆍ민족해방) 운동권 마인드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자기들(민주당)이 친미 토착 왜구를 물리치는 민족해방전쟁(‘총선은 한일전’)을 한다는 유치한 판타지에 사로잡혔다”며 “윤 당선인에 대한 도덕적 검증을 적들의 공격으로 간주하고는 아군이니 무조건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애들도 아니고, 아직도 쌍팔년도 전대협 세계관에 서로 잡혀 있으니 한심하다. 지금도 이 난국을 돌파해서 이겨야 할 전투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윤 당선인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신상털기식 의혹 제기에 굴복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보수 진영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그는 “윤미향과 정의연을 분리하고, 정의연을 위안부 운동 전체와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목욕물 버리려다가 애까지 버릴 수는 없는 일”이라며 “(잘못 대응하면) 저들에게 ‘봐라, 위안부 운동 자체를 공격하는 세력이 실제로 있지 않으냐’고 말할 빌미만 줄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윤미향의 방식, 정의연의 방식을 비판할 뿐, 올바른 방식으로 행해지는 위안부 운동이라면 적극 지지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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