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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쓰고 손소독제 들고 등교 나선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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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쓰고 손소독제 들고 등교 나선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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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어느 정도 준비된 건지 몰라서 그런 부분 때문에 걱정이 되기도 해요.”

27일 오전 8시20분쯤 서울 송파구 세륜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학부모 변모(40)씨는 “학교에서 방역준비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긴 했지만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학부모는 이 학교 1학년인 자녀를 등교시키던 길이었다.

전국 고등학교 2학년,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1·2학년과 유치원생이 등교해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세륜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 고등학교 2학년,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1·2학년과 유치원생이 등교해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세륜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전국 유치원생과 초등 1·2학년, 중3, 고2가 등교를 시작했다.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해 저학년부터 등교를 시작하게 된 초등 저학년 학부모들은 이날 아이들 손을 잡고 직접 등교시키면서도 한편으로는 감염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는 모습이었다.

◆학부모 “걱정 많이 되지만 학교 믿어”

이 학교 1학년 자녀를 등교시키던 학부모 원모(47)씨는 “걱정이 많이 되긴 하지만 1학년이니깐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하고 학교가 관리를 잘 해줄 것이라 믿는다”며 “학교에서 아이 손소독제, 물, 개인 숟가락 등 물품을 준비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학교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 했다”며 “일전에 등교가 미뤄졌을 때는 울기도 했다”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 유치원생, 초등 저학년이 학교 내에서 장시간 마스크를 착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우려는 내비치는 가운데 원씨는 “아이가 하루종일 마스크를 써도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원씨를 손을 잡고 선 아이도 취재진이 ‘마스크 쓰는 거 괜찮냐’고 묻자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박주은씨는 “일주일에 두 번 등교하는 거고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도 길지 않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며 “걱정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100m 넘게 줄 선 아이들 손에 방역물품

이날 학교가 안내한 등교 시작시간인 오전 8시50분이 가까워지자 세륜초 앞에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100m 이상 길게 일렬로 줄을 섰다. 학교 입구에서 학생 개개인에게 진행되는 발열 확인, 손소독 과정을 진행하기 위한 줄이었다. 10분 이상 길게 늘어선 등교 대기줄은 수업 시작 시간인 오전 9시10분을 몇분 앞두고서야 줄어드는 모양새였다. 학부모 손을 떠나 학교 안에 들어서는 1·2학년생 양손에는 방역물품을 포함한 준비물들이 가득 들려 있었다.

이날 등교 예정이던 세륜초 1·2학년 202명 중 6명이 가정체험학습을 신청해 등교하지 않았다. 이 학교는 1·2교시와 3·4교시를 묶는 형태로 80분씩 수업을 진행해 낮 12시에 급식을 시작할 예정이다. 쉬는 시간을 줄여 학생 통제를 용이하게 하고 최대한 빨리 하교시키기 위한 조치다. 학교 급식을 선택하지 않은 학생은 낮 12시에 하교한다. 이 학교는 교실 내 학생 책상마다 투명 칸막이를 설치했다. 아이들은 급식실로 이동하지 않고 교실 내에서 급식을 진행한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이날 이 학교 현장점검을 진행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우리도 싱가폴처럼 학교를 휴교하는 길로 갈 수도 있고, 현재 등교를 시작한 유럽 많은 나라도 어려운 길을 가고 있다”며 “우리는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고 긴장감 속에서 등교와 원격수업을 통한 ‘투 트랙 학업’으로 방역과 학업을 조화하는 길을 잘 지켜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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