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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긴급재난지원금

“이참에 맘껏 먹어볼래요”…재난지원금으로 ‘한우 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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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마트 축산물 매출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

한우값도 18.9% 급등세

경향신문

“솔직히 가족들과 함께 한우 고기를 구워 먹어본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이번에 지급받은 긴급재난지원금으로 한우 고기 좀 마음껏 먹어보려고 용기를 냈어요.”

지난 23일 오후 대전 유성구의 대규모 아파트단지 상가에 있는 ㄱ정육점이 손님으로 붐볐다. 한우 고기를 구입한 박모씨(53)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이용해 꽃등심살·갈빗살·안심 등 한우 고기를 9만원어치나 샀다”며 “평소 같으면 꿈도 못 꿨을 지출이지만, 코로나19로 고생한 가족들을 위해 한번 통 크게 질렀다”고 말했다.

정육점 직원은 “재난지원금이 지급되기 시작한 이후 한우 고기 매출이 20~30% 늘어난 것 같다”면서 “가격이 비싼 고급육을 집중적으로 사가는 손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이 나오자 한우 고기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평상시 비싼 가격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던 한우에 서민들이 재난지원금을 받고 나서 눈길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현상을 ‘한우 플렉스(flex)’라고 부르기도 한다. ‘플렉스’는 일시에 거금을 쓰는 행동 또는 자신의 능력·라이프스타일을 과시하는 소비를 뜻하는 말이다.

이런 현상은 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는 축산물 매장에서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농협 하나로유통 관계자는 “지난 11일 이후 하나로유통 직영점의 한우 등 축산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 증가했다”면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축산물 매출이 전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음식점에서도 상대적으로 고가인 한우 메뉴를 찾는 사람이 조금씩 늘고 있다. 세종시에서 육류 요리를 파는 ㄴ음식점 관계자는 “그동안 한우 메뉴는 가격이 가장 비싸 찾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최근 들어 매출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선물용 한우도 인기다. 서울 도봉구 박모씨(70)는 “최근 지방에 있는 친척집을 방문하면서 긴급재난지원금을 이용해 동네 정육점에서 한우 고기를 사가지고 갔다”고 말했다.

모처럼 한우가 인기를 끌면서 한우 가격은 크게 올랐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조사한 지난 22일 기준 한우 등심(1등급)의 1㎏당 도매가격은 7만864원으로 1년 전(5만5660원)에 비해 27.3% 상승했다. 같은 날 기준 소매가격도 1㎏당 9만3871원으로 1년 전(7만8938원)에 비해 18.9% 올랐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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