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백악관에서 브리핑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3월 대선후보 토론에 참석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AP·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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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열리는 미국 대선은 대통령과 동시에 부통령을 뽑는 선거이기도 하다. 부통령 후보 역시 표심에 끼치는 영향이 커, 보통 부통령 후보는 대통령 후보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지명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브로맨스’를 자랑했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이제 자신의 러닝메이트를 선택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난 3월 민주당 경선 후보 토론회에서 여성을 부통령으로 지명하겠다고 선언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오른쪽)이 2012년 9월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함께한 모습. 이번 대선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부통령을 공개 지지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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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의 발언이 있고 난 후 흑인 여성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미국 언론에서 나오고 있다. NBC 방송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바이든이 부통령 후보로 ‘흑인 여성’을 지명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우선 흑인 유권자들의 투표율이다. 미국 여론조사 업체 퓨 리서치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출마했던 2008·2012년 대선의 흑인 투표율은 모두 65%를 넘었다. 하지만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가 붙었던 2016년 대선 당시 흑인 투표율은 59%대였다. 힐러리 클린턴이 흑인 유권자를 흡수하지 못해 낙선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흑인들의 민주당에 대한 깊은 충성심 또한 흑인 여성이 부통령 후보로 지목돼야 하는 이유다. 미국 내 흑인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한다. 특히 1·2차례 민주당 경선에서 3위권에도 들지 못하다가 ‘흑인 유권자’의 몰표를 기점으로 기사회생한 바이든은 흑인 유권자의 표심을 꼭 잡아야 한다.
평소 미국 정치인들, 특히 흑인 정치인에 대한 예리한 분석을 내놓았던 워싱턴포스트(WP)의 조나단 케이프하트 논설위원은 18일자 칼럼에서 바이든의 러닝메이트로 하마평에 오르는 흑인 여성 4명을 공개했다.
◇’최초 주지사 후보’ 스테이시 아브람스
스테이시 아브람스는 2018년 흑인 여성 최초로 미국 주지사 후보가 된 인물이다. 아브람스가 조지아주 주지사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하자 현지 언론들은 최초의 흑인 여성 주지사가 나올 수 있다며 그를 대서특필했다. 트럼프 측근으로 분류되는 브라이언 켐프에게 밀려 선거에 패배했지만, 이 주지사 선거를 계기로 일약 민주당의 스타로 떠올랐다.
2019년 11월 15일 스테이시 아브람스가 미국 워싱턴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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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람스는 가장 적극적으로 부통령 후보직에 대한 의지를 보이는 인물이다. WP에 따르면 아브람스는 “흑인 여성도 미국에서 부통령을 할 수 있다”며 “(부통령이) 내게 과분한 일이라고 말함으로써 나와 유색인종 여성의 야망을 깎아내리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흙수저 출신’ 발 데밍스
발 데밍스 하원의원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정치인이다. 가정부와 경비원 부모 밑에서 자란 그는 27년 간 경찰에서 일하며 플로리다주 올란도의 경찰국장까지 지냈다. 데밍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했던 하원 탄핵소추위원 7인 중 한 명이었다. 탄핵심사 연설에서 그는 “가정부와 경비원 가정에서 자란 흑인 소녀가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곳은 미국뿐이라고 믿는다”며 “아무도 내게 미국을 포기하게 할 수 없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2019년 12월 11일 발 데밍스 하원의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안 심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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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는 흙수저 출신 데밍스 의원이 미국의 ‘블루칼라’ 노동자 표심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했다. 데밍스는 바이든의 부통령 후보 지명에 대해 “중대한 시기에 막중한 위치에 내 이름이 거론된다는 것만으로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바이든 저격수’ 카말라 해리스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은 현재 가장 유력한 부통령 후보로 거론된다. 해리스 의원은 본래 민주당 대선 주자로 나섰다가 지난해 12월 중도 하차했다. 대선 주자 당시 해리스 의원은 TV토론에서 인종 차별 문제를 끄집어내 바이든 전 부통령을 압박하며 ‘바이든 저격수’로 떠오르기도 했다.
2020년 3월 9일 카말라 해리스 의원이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선거 유세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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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경선 중도하차를 한 이후 바이든의 러닝메이트로 급부상했다. 지난 10일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바이든 캠프 측은 대략 12명의 후보군을 대상으로 러닝메이트 점검 작업에 공식 착수했다. 바이든의 참모와 민주당 의원 등 20명이 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해리스 의원이 선두를 차지했다. 자메이카와 인도 이민자의 자녀로서 ‘70대 후반의 백인 남성’인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약점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이 유효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외교통’ 수잔 라이스
오바마 행정부에서 풍부한 외교 경험을 한 수잔 라이스도 물망에 올랐다. 그는 하마평에 오른 흑인 여성 중 유일하게 선출직 경험이 없지만, 유엔 주재 미국대사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역임하며 충분히 검증됐다고 WP는 평가했다.
2019년 9월 25일 수잔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워싱턴 DC에서 열린 대서양 페스티벌에서 연설하고 있다.[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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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 전 보좌관도 긍정적 의사를 내비쳤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미국 P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뛰어난 여성 중 한 명이 되어 영광스럽다”며 “요청이 들어온다면 승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 바이든을 잘 안다”며 “그는 미국의 훌륭한 대통령이 될 것이며 모든 것을 다해 돕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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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오바마는 어디에
여기서 드는 의문은 미셸 오바마의 부재다. 미셸 오바마는 갤럽 조사에서 2018년 2019년 2년 연속으로 가장 존경하는 여성 1위에 오를 정도로 현재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여성이다. 바이든도 4월 20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미셸 오바마가 러닝메이트가 돼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미셸 오바마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고 싶다”고 밝혔다.
2019년 11월 18일 미셸 오바마가 자신의 자서전『비커밍(Becoming』출간 1주년 사인회에 참석했다.[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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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미셸 오바마의 의지다. CNN 등 외신은 미셸 오바마의 지인 등을 인용해 그가 정치판과 선출직에 관심이 없다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오바마의 선임고문이었던 발레리 자렛은 “미셸이 선거에 나갈 확률은 0%”라고 말했다. 바이든도 러닝메이트로 미셸 오바마를 원한다고 밝힌 라디오 방송에서 “하지만 미셸은 다시 백악관 근처에서 살고 싶은 욕망이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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