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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단기 아르바이트 구합니다'…55만 개 공공일자리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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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세대'에게 필요한 건 '지속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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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취업자 수 47만 6천 명 감소 '고용 위기'

지난달 취업자 수는 2천656만 2천 명, 1년 전보다 47만 6천 명이 감소했습니다. 외환위기 여파를 겪던 1999년 2월 이래 최대 감소 폭입니다. 15세 이상 고용률도 1년 전보다 1.4%p 감소한 59.4%, 2010년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자료출처 : 통계청).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올해 2월과 4월 두 달 사이에만 취업자가 102만 명이 감소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고용 위기, 일자리 위기입니다.

그런데 지난달 통계청의 고용동향에서 이상한 건 오히려 실업률이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지난달 실업률은 4.2%로 지난해보다 0.2%p 하락했습니다. 20대, 30대의 시업률이 2%p 이상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최악의 일자리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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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직단념자 12만 4천 명 증가…20~30대는 '취업 포기 상태'

그 이유는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실업률은 15세 이상 전체 인구 가운데 비경제활동인구를 제외한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를 기준으로 측정됩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일할 능력이 없거나 능력은 있어도 의사가 없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경제활동인구 중 일할 의사가 없는 사람들이 늘어서 비경제활동인구로 넘어가면 실업률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달 비경제활동인구는 1년 전보다 83만 1천 명이 증가했습니다. 이 가운데 구직단념자는 지난해보다 12만 4천 명 늘어났습니다. 다시 말해 취업하고 싶어도 취업이 안 되니까 취업하기를 포기하고 실업률 통계에서 빠져나온 겁니다. 코로나19가 20~30대에게 취업 희망마저 뺏어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고용보험 등 사회안전망 확충과 정부와 재계의 고용 유지를 위한 뼈를 깎는 노력뿐 아니라 청년들이 취업 의지를 갖고 노동 현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일자리 마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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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직접 일자리 등 55만 개 신규 일자리 공급"

그래서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정부 돈 들여 55만 개 새로운 일자리를 공급하겠다는 것입니다. 공공부문 40만 개, 민간부문 15만 개 일자리 만들어 취업 어려운 청년과 실업자들 채용할 계획입니다.

우선 공공분야를 중심으로 청년층 경력 개발에 도움이 되는 비대면, 디지털 일자리 10만 개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저소득층, 실직자, 취약계층의 생계 불안 해소를 위해 지자체와 연계한 30만 개 공공일자리도 제공됩니다.

민간부문에선 중소·중견기업이 청년층을 고용하면 최대 6개월간 인건비를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10만 명의 청년층 일자리를 지원합니다. 해당 일자리는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3차 추경안에 반영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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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개월 단기 아르바이트…일자리 연속성 보장 어려워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일자리가 청년층, 실업자들의 고충을 해소해주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최대 6개월까지 지원되는 단기 아르바이트에 불과한 데다 경력을 쌓기보단 단순 업무, 단순 노동에 치우쳤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예로 든 일자리들을 살펴보면,
1. 중앙·지방·공공기관 공공데이터 구축·개방·품질 향상 업무 / 2. 과학기술 논문·연구보고서 등 머신러닝용 데이터셋 구축 / 3. 대학 및 초중고 온라인 강의·교육 지원 / 4. 전통시장 마케팅 콘텐츠 조성 / 5. 산재예방 정책 수행을 위한 안전보건 빅데이터 구축 / 6. 대학·연구기관 연구실 취급 유해물 전수조사 및 DB 구축 / 7. 관광지, 소규모 공연장, 의료기관 등 방역
이렇게 7가지입니다.

우선 가장 많은 업무가 데이터베이스 구축, 즉 자료 수집입니다. 디지털 작업을 위해 대부분의 청년 인력들에게 데이터 분류 작업이 주 업무가 될 걸로 보입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과학기술 논문·연구보고서 사업의 경우 수백, 수천의 논문과 보고서들을 데이터화하고 분야별로 나누는 일이 가장 기본적인 업무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부 전공자 가운데선 AI 구축을 위한 기초적인 작업에 투입되겠지만 대부분이 단순 노동에 그칠 가능성이 큽니다.
산재 예방과 대학·연구기관 유해물 전수조사는 직접 사업장과 연구실을 방문해 현장조사 인력으로 투입될 예정입니다. 전국 7만 개가 넘는 연구실에 어떤 유해물들이 다뤄지는지 조사하고 해당 데이터를 정리하는 게 주요 업무입니다.

정부의 바람처럼 청년들이 경력을 쌓고, 자기 개발을 하기보단 '단순 노동'에 그칠 우려가 커 보입니다. 이들의 근로 조건은 최소 3개월, 최대 6개월의 단기 아르바이트. 월 임금도 최저임금 수준인 180만 원에서 250만 원 정도입니다.

민간 일자리 지원 사업도 정부가 6개월간 채용보조금을 지원하는 데 그칩니다. 기존 인력도 유지하기 힘들어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거나 무급휴직까지 하는 사업장 입장에선 6개월 이후의 고용 유지는 불가능한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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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재정만으로는 한계…청년-기업 이어주는 가교 역할이 핵심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55만 개 신규 일자리를 발표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시적 효과에 그치지 않도록 '한국판 뉴딜'과 연계하여 지속 가능한 일자리로의 전환을 적극 유도하겠습니다."

그렇습니다. 핵심은 지속 가능한 일자리입니다. 최악의 일자리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단기 일자리 공급하는 건 꼭 필요한 작업입니다. 하지만 그 방향성은 일자리가 지속 가능하고,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보장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선 그런 내용이 빠져 있습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일자리 대책이 실질적인 인적 자원을 축적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단순 일자리'와 '현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재정이 투입되는 데 비해 효과가 적다는 지적입니다. 성 교수는 "정부 재정상 지원이 6개월 이상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결국, 재정 지원 이후 민간부문과 일자리가 연결될 수 있는 고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일자리 통계나, 수치에 중심을 두면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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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세대'를 위해 '수치' 아닌 '미래' 내다봐야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시장에 달려들 시기인 청년층에겐 '코로나'는 그 누구에게 보다 더 큰 재앙일 것입니다. 기업들은 채용의 문을 닫았고, 그 문이 언제 열릴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가고 싶었던 기업이 도산해 없어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시대가 '코로나 시대'입니다. 이 시기를 살아가는 '코로나 세대'를 위해 필요한 건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져있는 지금, 그리고 코로나를 극복한 이후인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할 수 있는 지원입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은 "채용 기회를 갖지 못한 '코로나 세대'에겐 이 시기가 전 생애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일할 수 있는 기회나 경험을 필요한 시기에 쌓지 못하면 향후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정부와 기업이 함께 '코로나 세대'를 위한 정확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단순 일자리와 임금을 지원하고 고용률을 높이는 건 중요한 게 아니란 것입니다. 배 원장은 "기업은 바이러스 극복 이후 필요한 인력을 먼저 인턴십 등을 통해 교육하고, 정부는 청년들이 경력을 쌓고, 일할 기술을 배우는 데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언제 종식될지는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코로나가 장기화할수록 고용 위기, 일자리 위기는 더 심화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자리 대책은 더욱더 신중하게 마련돼야 합니다. 한시적인 대책보단 장기적인 대책, 코로나가 끝난 이후에 바뀐 노동현장에 적응할 수 있는 일자리 대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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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진 기자(captai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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