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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현대 건축의 아이콘 … “받을 사람이 받았다”

중앙일보 이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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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현대 건축의 아이콘 … “받을 사람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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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도요, 올해 프리츠커상 수상
가볍고 투명한 스타일 창조
공동체 안에서 건축의 역할 고민
지진 이재민 프로젝트 찬사 받아
이토 도요가 설계한 도쿄 하치오지시 다마 미술대학 도서관. 콘크리트를 아치형으로 과감히 뚫어 개방적이면서 경쾌한 느낌을 살렸다. 내부에는 부드러운 곡선형 책장 등을 놓아 ‘예술적 영감을 주는 도서관’을 추구했다. [사진 프리츠커상 홈페이지]

이토 도요가 설계한 도쿄 하치오지시 다마 미술대학 도서관. 콘크리트를 아치형으로 과감히 뚫어 개방적이면서 경쾌한 느낌을 살렸다. 내부에는 부드러운 곡선형 책장 등을 놓아 ‘예술적 영감을 주는 도서관’을 추구했다. [사진 프리츠커상 홈페이지]


타이완 카오슝의 월드게임경기장(2009).

타이완 카오슝의 월드게임경기장(2009).

“그의 건축에는 낙관주의와 밝음, 그리고 즐거움이 있다. 또한 독창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갖췄다.”

 이변은 없었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올해 프리츠커(Pritzker)상은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이토 도요(伊東豊雄·72)에게 돌아갔다. 주최측인 하얏트재단은 17일(현지시간) 이토를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그는) 지난 40여 년간 도서관·주택·공원·극장·상점 등 다양한 건축물을 설계하면서 혁신적인 컨셉트를 구체화된 건물로 실현시킨 건축가”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국제 무대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중국 건축가 왕수(王樹·49)의 수상으로 건축계가 당혹감을 표시했던 것과는 달리 올해에는 “받을 사람이 받았다”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토 도요는 명문 도쿄대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40여 년간 최전선에서 일본 건축계를 이끌어온 엘리트 건축가다. 일제 강점기 일본과 조선을 오가며 도자기 사업을 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194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43년 가족과 함께 일본 도쿄로 건너간 그는 세계적인 건축가 아시하라 요시노부(芦原義信)에게 자택 설계를 맡길 정도로 예술적인 분위기의 집안에서 자라났다.

 대학 졸업 과제로 제출한 ‘도쿄 우에노 공원 리노베이션 계획’이 최고 졸업작품상을 받는 등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71년 자신의 사무소 ‘어반 로보트(URBOT)’를 설립한 후 79년 ‘토요 이토 건축설계사무소’로 명칭을 변경해 현재까지 이끌어오고 있다.

 ◆혁신과 낭만의 건축


독특한 기둥이 돋보이는 센다이 미디어테크(2001).

독특한 기둥이 돋보이는 센다이 미디어테크(2001).

이토는 흔히 ‘일본 현대건축’이라고 할 때 떠올리는 ‘가볍고 투명한 느낌의 건축’을 정착시킨 인물로 평가된다. 대표작인 ‘요코하마 바람의 탑’(1986), ‘야스시로 시립박물관’(1991) ‘오데트의 돔’(1997) 등에서 경쾌한 곡선형 지붕과 유리라는 소재를 사용해 내부와 외부 공간의 일체감을 추구했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센다이 미디어테크’(2001)는 그의 건축철학이 가장 잘 드러난 건물로 꼽힌다. 그는 건물 내부 벽체를 최소한으로 줄였다. 시 당국의 행정공간과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공간 등 다양한 용도로 변경이 가능한 열린 공간을 만들어냈다. 이 건물은 2년 전 동일본 대지진의 강한 진동에도 끄떡없이 버텨 화제가 됐다.

 2004년 완공된 ‘도쿄 오모테산도 토즈(TOD’S) 빌딩’은 도쿄 주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물 중 하나다. 콘크리트 벽체를 과감히 뚫어 장식성을 더하고, 빛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낭만적인 느낌을 극대화했다,


 ◆건축의 역할과 공동체

도쿄 오모테산도 토즈(TOD’S) 빌딩(2004).

도쿄 오모테산도 토즈(TOD’S) 빌딩(2004).

그는 또한 건축의 사회적 의미와 역할을 지속적으로 탐구해왔다. 자신만의 미학적 스타일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공동체 안에서 공간이 갖는 의미에 천착했다.

 2007년 완공한 도쿄 하치오지시 다마 미술대학 도서관은 독특한 아치 구조와 높은 천장, 밝은 조명 등으로 ‘머물고 싶은 도서관’의 모델을 보여줬다. 도요 이토 설계사무소 출신인 연세대 건축공학과 최문규 교수는 “이토는 형태로서의 실험보다, 건축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즐기는 건축가다. 그 실험정신이 젊은 후배 건축가들에게도 큰 자극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토는 2년 전 동일본 대지진 후 후배 건축가들과 함께 하는 재해 지역 재생 프로젝트인 ‘모두의 집(Home-For-All)’을 이끌고 있다. 재해 지역에 남아 있는 재료들을 적극 사용해 지역 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휴식공간을 지어 주는 작업이다. 지난해 열린 제13회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의 일본관 커미셔너를 맡아 ‘모두의 집’ 프로젝트를 세계에 선보여, 최고의 국가관 전시에 수여되는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영희 기자

◆프리츠커상(Pritzker Architectural Prize)=해마다 인류와 환경에 중요한 공헌을 한 건축가에게 주는 상. 건축 분야 최고 권위의 상으로 꼽힌다. 하얏트호텔 체인을 소유한 하얏트재단 전 회장 제이 A 프리츠커(1922~99) 부부가 1979년 제정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이영희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misqu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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