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5G 중계기에 TSMC 최신칩 장착…일단은 재고로 버틴다
중국 올50만대 5G기지국 설치 목표…해외 5G망 사업 진출도 영향
MWC상하이 2019 화웨이 전시장 |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미국 정부가 제재를 가해 중국 화웨이와 대만 TSMC 간 협력 고리를 끊은 가운데 화웨이가 스마트폰 같은 소비자 부문 사업 외에도 5세대 이동통신(5G)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서도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화웨이는 중국이 갓 시작한 5G망 구축 사업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사업자다. 화웨이가 스마트폰 시장 세계 2위로 떠올라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하고 있지만 이 회사의 '본업'은 이동통신 중계기를 포함한 통신장비 분야다.
따라서 미국의 반도체 제재가 화웨이라는 기업 차원을 넘어 5G 산업 발전을 통해 세계 최대 정보통신(IT) 강국으로 도약하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야심 찬 장기 계획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중국 IT전문 매체 지웨이왕(集微網)에 따르면 화웨이의 최신 5G 중계기에는 자체 설계한 7㎚(나노미터) 반도체 칩인 '톈강'(天罡)이 들어간다. 이 칩은 전량 대만 TSMC에 맡겨 생산된다.
미국 정부의 추가 제재로 TSMC와 거래가 끊어짐에 따라 화웨이는 앞으로 최신 5G 중계기에 들어갈 핵심 반도체 부품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지게 됐다.
중국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는 기술력이 떨어져 아직 회로선 폭이 14㎚ 이하인 반도체 부품을 만들지는 못한다.
지웨이왕은 "미국 상무부의 최신 (반도체) 제품 공급 금지령은 화웨이의 단말기 사업 외에도 통신장비 분야에까지 재난을 초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당장은 대량으로 비축한 재고로 최장 반년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의 압박이 날로 강해지면서 화웨이는 미리 부품을 최대한 쌓아놓고 있다.
작년 말을 기준으로 화웨이는 29조원어치에 육박하는 반도체 부품을 비축했다. 이는 전년보다 70% 이상 늘어난 것이다.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은 이번 미국의 추가 제재 발표가 나기 직전 TSMC에 7억 달러어치의 반도체 제품을 긴급 발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제재가 장기적으로 효과를 미친다면 중국과 세계 다른 나라에서 화웨이의 통신망 구축 사업 경쟁력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의 3대 이동통신사들은 올해만 50만대의 5G 기지국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중 약 70%는 화웨이가 차지한다.
지웨이왕은 화웨이가 전기 절약 기술을 포기하고 '톈강' 칩을 14㎚ 제품으로 재설계해 SMIC에 제작을 맡기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는 있겠지만 이는 제품이 '다운그레이드' 되는 것이어서 발주 고객인 통신사들의 동의가 필요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5G망의 빠른 확충은 중국 당·정이 역점을 둬 추진하는 핵심 사업이다.
특히 중국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초래한 경제 충격을 극복하고자 5G망을 필두로 한 '신(新)인프라' 확충을 통한 경기 부양을 시도 중이다.
5G망은 스마트폰 등 단말기 시장,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클라우드 등 산업 전반에 끼치는 파급 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중국은 5G 대규모 투자가 가져올 경기 부양 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편, 화웨이가 최신 이동통신 중계기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면 장기적으로 화웨이의 경쟁력이 떨어져 해외 5G망 구축 사업 진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미국은 화웨이가 구축한 네트워크가 중국 당국에 악용될 수 있다면서 우방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 5G망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라고 강력히 촉구 중이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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