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연결] 문희상 국회의장 퇴임…"평생 정치의 길"
어제 열린 본회의를 끝으로 20대 국회가 사실상 막을 내렸는데요.
20대 국회 후반기를 이끈 문희상 국회의장이 퇴임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문 의장 발언, 직접 들어보시죠.
[문희상 / 국회의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언론인 여러분.
국회의장직뿐만 아니라 나의 인생 자체였던 국회와 정치를 떠난다는 두려움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늘 그렇듯이 다가올 낯선 미래에 대한 동경과 새로운 길을 가고 싶다는 설렘도 같이 있을 것입니다.
오늘 기자간담회를 앞두고 지난날을 되돌아보았습니다.
생각해보니 평생을 정치의 길을 걸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65년 혈기가 넘치던 법대 시절 약관 20살 한일회담 반대 투쟁에 앞장섰던 소위 63사태 데모 주동자로서 그 시기를 떠올리면 55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60년 서울의 봄을 기점으로 하면 40년째입니다.
평생의 업이자 신념이었던 정치를 떠난다니 사실 심정이 복잡했습니다.
김종필 전 총리께서 말씀하셨던 정치는 허업이다라는 말이 가슴 깊숙이 파고드는 나날입니다.
흔히 쓰는 말로 말장 도루묵 인생이 아니었나 하는 깊은 회한이 밀려들어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루하루 쌓아 올린 보람이 가득했던 행복한 정치인의 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문희상의 결정적인 첫걸음은 1979년 시작됐습니다.
동교동 지하 서재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을 처음 만난 날 그 모습이 지금도 강렬하고 또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며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통일의 이끎이 무지개처럼 솟아오르는 세상. 그 말씀이 저를 정치로 이끌었습니다.
그날 모든 것을 걸고 이루어야 될 인생의 목표가 분명해졌습니다.
그리고 1997년 12월 19일 김대중 대통령님이 당선됐습니다.
수평적이고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현실이 되었고 이로써 저의 목표는 모두 다 이뤄졌다고 그때는 생각했습니다.
여러분, 그날 이후 저는 모든 것을 내려놨다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이제부터는 내 인생은 덤이다라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니 덤치고는 너무 후한 정치인생을 걸어왔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부름을 받았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회의장을 지냈고 국민과 국가를 위해 일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야당이었던 두 정부하에서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하에서는 야당을 대표해서 한국사회에 미력이나마 기여할 수 있었습니다.
무려 다섯 정부에서 제게 역할이 주어졌고 혼신의 힘을 다해 일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놀라운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언론인 여러분, 1980년 봄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은 무참히 사라졌지만 젊은 문희상이 품었던 꿈은 지금도 살아 있습니다.
저의 정치는 팍스 코리아나로부터 시작됐습니다.
대한민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팍스 코리아나의 시대를 만들고 싶은 당찬 포부였습니다.
80년대 당시에는 그저 정치초년생의 꿈이었을 뿐 누구도 실현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떻습니까.
우리 대한민국에서 기회가 오고 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한국 민주주의는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있습니다.
국민의 힘과 한국 사회 역량은 강화돼서 어떠한 국난도 능히 극복해 나가는 강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전 세계가 한국을 주목하고 있으며 팝과 영화, 스포츠와 방역에 이르기까지 K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임비는 역사는 점점 서진한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로마에 의한 평화 팍스 로마나에서 대영제국 팍스 브리타니카로 미국이 주도하는 팍스아메리카에서 팍스 아시아나의 시대가 성큼 다가왔습니다.
팍스 아시아나의 시대에는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가 서로 양보하면서 협력 속의 경쟁이 필연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안에서 우리 대한민국이 팍스 코리아나의 꿈을 실현하고 우뚝서기를 저는 염원합니다.
대한민국 정치 지도자라면 누구나 꿈꾸고 추구해야 할 목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몸은 떠나도 문희상의 꿈 팍스 코리아나의 시대가 열리기를 간절히 바라고 응원할 것입니다.
여러분, 저는 6선의 국회의원이지만 두 번의 낙선도 경험했습니다.
낙선을 포함해 수많은 위기의 순간과 시련의 시간도 보냈습니다.
그때마다 실의에 빠져 있던 저를 일으켜 세운 원동력은 고향 의정부 시민의 선의었다고 저는 지금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의 변함없는 사랑 덕분에 6선의 국회의원이 됐었고 그리고 국회의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렇게 명예퇴직을 하게 되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은혜와 고마움을 어찌 잊겠습니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제 제가 나고 자라 뼈를 묻고, 묻힐 고향 의정부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고단했던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마음으로 이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고맙고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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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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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열린 본회의를 끝으로 20대 국회가 사실상 막을 내렸는데요.
20대 국회 후반기를 이끈 문희상 국회의장이 퇴임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문 의장 발언, 직접 들어보시죠.
[문희상 / 국회의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언론인 여러분.
모든 것을 정리하고 새로운 인생에 출발점에 서 있는 지금 나는 몹시 떨립니다.
국회의장직뿐만 아니라 나의 인생 자체였던 국회와 정치를 떠난다는 두려움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늘 그렇듯이 다가올 낯선 미래에 대한 동경과 새로운 길을 가고 싶다는 설렘도 같이 있을 것입니다.
오늘 기자간담회를 앞두고 지난날을 되돌아보았습니다.
무엇이 나를 정치로 이끌었나 그리고 문희상이 추구했던 정치는 과연 무엇이었나 곱씹고 곱씹고 되뇌어 봤습니다.
생각해보니 평생을 정치의 길을 걸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65년 혈기가 넘치던 법대 시절 약관 20살 한일회담 반대 투쟁에 앞장섰던 소위 63사태 데모 주동자로서 그 시기를 떠올리면 55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60년 서울의 봄을 기점으로 하면 40년째입니다.
87년 제2의 서울의 봄, 처음으로 정당에 참여한 시절을 기준으로 해도 33년이나 됩니다.
평생의 업이자 신념이었던 정치를 떠난다니 사실 심정이 복잡했습니다.
김종필 전 총리께서 말씀하셨던 정치는 허업이다라는 말이 가슴 깊숙이 파고드는 나날입니다.
흔히 쓰는 말로 말장 도루묵 인생이 아니었나 하는 깊은 회한이 밀려들어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여러분, 아쉬움은 남아도 나의 정치인생은 후회 없는 삶이었다고 저는 자평하고 싶습니다.
하루하루 쌓아 올린 보람이 가득했던 행복한 정치인의 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문희상의 결정적인 첫걸음은 1979년 시작됐습니다.
동교동 지하 서재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을 처음 만난 날 그 모습이 지금도 강렬하고 또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며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통일의 이끎이 무지개처럼 솟아오르는 세상. 그 말씀이 저를 정치로 이끌었습니다.
그날 모든 것을 걸고 이루어야 될 인생의 목표가 분명해졌습니다.
그리고 1997년 12월 19일 김대중 대통령님이 당선됐습니다.
수평적이고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현실이 되었고 이로써 저의 목표는 모두 다 이뤄졌다고 그때는 생각했습니다.
여러분, 그날 이후 저는 모든 것을 내려놨다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이제부터는 내 인생은 덤이다라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니 덤치고는 너무 후한 정치인생을 걸어왔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부름을 받았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회의장을 지냈고 국민과 국가를 위해 일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야당이었던 두 정부하에서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하에서는 야당을 대표해서 한국사회에 미력이나마 기여할 수 있었습니다.
무려 다섯 정부에서 제게 역할이 주어졌고 혼신의 힘을 다해 일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놀라운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언론인 여러분, 1980년 봄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은 무참히 사라졌지만 젊은 문희상이 품었던 꿈은 지금도 살아 있습니다.
저의 정치는 팍스 코리아나로부터 시작됐습니다.
대한민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팍스 코리아나의 시대를 만들고 싶은 당찬 포부였습니다.
80년대 당시에는 그저 정치초년생의 꿈이었을 뿐 누구도 실현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떻습니까.
우리 대한민국에서 기회가 오고 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한국 민주주의는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있습니다.
국민의 힘과 한국 사회 역량은 강화돼서 어떠한 국난도 능히 극복해 나가는 강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전 세계가 한국을 주목하고 있으며 팝과 영화, 스포츠와 방역에 이르기까지 K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임비는 역사는 점점 서진한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로마에 의한 평화 팍스 로마나에서 대영제국 팍스 브리타니카로 미국이 주도하는 팍스아메리카에서 팍스 아시아나의 시대가 성큼 다가왔습니다.
팍스 아시아나의 시대에는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가 서로 양보하면서 협력 속의 경쟁이 필연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안에서 우리 대한민국이 팍스 코리아나의 꿈을 실현하고 우뚝서기를 저는 염원합니다.
대한민국 정치 지도자라면 누구나 꿈꾸고 추구해야 할 목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몸은 떠나도 문희상의 꿈 팍스 코리아나의 시대가 열리기를 간절히 바라고 응원할 것입니다.
여러분, 저는 6선의 국회의원이지만 두 번의 낙선도 경험했습니다.
낙선을 포함해 수많은 위기의 순간과 시련의 시간도 보냈습니다.
그때마다 실의에 빠져 있던 저를 일으켜 세운 원동력은 고향 의정부 시민의 선의었다고 저는 지금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의 변함없는 사랑 덕분에 6선의 국회의원이 됐었고 그리고 국회의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렇게 명예퇴직을 하게 되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은혜와 고마움을 어찌 잊겠습니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제 제가 나고 자라 뼈를 묻고, 묻힐 고향 의정부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고단했던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마음으로 이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고맙고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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