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개월 딸 성폭행한 초등학생 처벌’ 청원 ‘허위’ 판명 제도 정비 시급…사실관계 확인 절차 시스템 구축 필요
그동안 국민과 청와대를 직접 연결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와 특정 집단의 여론몰이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국정 철학을 구현하기 위해 개설된 국민청원은 누구든지 자유롭게 청원을 올릴 수 있어 ‘현대판 신문고’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생후 25개월의 딸이 이웃에 사는 초등학교 5학년생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거짓’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3월 20일 ‘저희 25개월 딸이 초등학생 5학년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해당 청원에는 53만3883명이 동의했다. 애초부터 성폭행(추행) 사실이 없었을 뿐 아니라 가해 초등학생은 존재하지도 않은 인물에 53명이나 되는 국민들이 서명을 한 것이다.
청와대는 19일 ‘25개월 딸을 성폭행한 초등학생을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에 대해 ‘허위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이날 답변을 통해 “수사결과 해당 청원은 허위사실임을 확인했다”면서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가해 아동이 실존하지 않고, 피해 아동의 병원 진료내역이 사실과 다른 점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해당 청원 내용의 사실 여부를 조사한 결과 허위로 드러나자, 청원인 30대 A씨를 형사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같은 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2월에도 ‘동생이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평소 알고 지내던 청소년 남녀 무리로부터 전날 경기도의 한 공원에서 집단폭행을 당했다’이 ‘가짜’로 판명됐다.
지난 1월에는 거짓 청원글을 작성해 동거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가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는 일이 발생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번 사건은 가짜뉴스에 53만면이나 되는 국민들이 소위 ‘낚인 것’아니냐”면서 “국민청원 자체는 제도 자체가 입법 구속력은 있는 것이 아니고 여론의 배출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원칙적인 대의의민주주의 근간에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엄 소장은 “지금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기 때문에 이 정도로 끝나는 것이지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문제는 심각해질 것”이라며 “국민청원 제도를 계속 운영하려면 물리적인 여건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최소한의 사실관계를 최대한 빨리 파악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센터장은 “미비한 제도를 정비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분노와 슬픔을 나누며, 권력기관에 대한 비판과 질책뿐 아니라 정책 제안의 기능도 하고 있다”면서 “국민청원의 신뢰를 함께 지켜내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보좌진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주년을 맞은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 대통령,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2020.5.10 utzza@yna.co.kr/2020-05-10 11:16:12/ <저작권자 ⓒ 1980-202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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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nicebong@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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