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반 걱정 반’ 고3 첫 등교… ‘가정학습’ 이유로 등교 안한 학생도

“등교를 시작해서 걱정도 되지만 반갑기도 해요.”

20일 오전 7시20분쯤 서울 종로구 경복고 앞에서 만난 고등학교 3학년생 조모(18)군은 “아침부터 집에서 자가진단도 하고 열도 쟀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금 수행평가 기간인데 이렇게라도 등교를 하게 돼 다행이라 생각한다”며 “만약 더 늦는다면 시험 치느라 더 고생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미뤄졌던 고3 학생들의 등교가 시작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전국 고3이 이날 오전 등교를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닫혔던 학교 문이 열린 건 애초 개학일인 3월2일 기준으로 79일 만이다. 대개 학생들이 ’기대 반, 걱정 반’인 모습이었다. 대학 입시를 코 앞에 둔 고3 입장에서 늦게나마 수행평가나 지필고사 등을 치를 수 있게 돼 다행스러워 하면서도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에 대해선 불안감을 내비쳤다.

이 학교 학생 김모(18)군은 “엄마가 어제부터 조심하라고 말씀하시고 마스크도 꼭 쓰라고 여러 번 당부하셨다”며 “등교해서 친구들 보는 건 좋지만 감염 위험 때문에 애들과 예전처럼 편하게 지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뤄졌던 고3 학생들의 등교가 시작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등교를 하며 손소독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얘들아, 거리두기하자” 외치는 교직원들

경복고는 고3 학생들에게 7시15분부터 50분까지 등교하라고 안내했다. 이날 교직원 2명이 비접촉 체온계로 등교하는 학생들을 교문 앞에서 일렬로 입장하게 해 발열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교직원은 학생들에게 “얘들아, 거리두기하자”고 주기적으로 소리치면서 간격을 띄울 것을 안내했다. 다만 오전 7시30분쯤 학생 20여명이 한꺼번에 교문을 지날 때는 방역당국이 권고하는 간격인 1∼2m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교육부 지침상 학생들은 등교 일주일 전부터 매일 교육정보시스템(나이스·NEIS)를 통한 자간진단을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학교 현장에서 학생 참여율이 충분히 높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중이다. 이날 경복고 고3도 자가진단 응답률이 80∼90% 수준이라는 게 학교 측 설명이었다. 이경률 경복고 교장은 “이(e)알리미나 학교 홈페이지로 자가진단 참여를 홍보했으나 조금 참여율이 저조한 면이 있다”며 “오늘도 e알리미로 다시 한 번 안내를 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 등교 개학 첫날인 21일 오전 부산 동래구 중앙여고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가정학습’ 사유로 등교 안해

이 학교의 경우 이날 자가진단 진행 과정에서 등교중지 조치가 내려진 사례는 없다고 했다. 다만 ‘가정학습’을 사유로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한 고3 학생은 1명 있다고 했다. 최근 교육부는 감염 우려에 따른 등교선택권 요구 여론을 고려해 학습 계획을 사전에 제출할 시 출석을 인정받을 수 있는 교외체험학습 사유에 ‘가정학습’을 추가한 바 있다. 이와 별개로 최근 이태원 클럽발 감염이 알려지면서 이 학교 학생 1명이 이태원을 다녀온 적 있어 진단검사를 받았고 음성 결과가 나와 정상 등교한 사례가 있었다

이 교장은 “쉬는 시간에 층별로 담임교사 중 당번을 정해서 위생지도를 할 계획이고 교직원 6명이 급시시간 중 거리두기 등 지켜질 수 있게 질서지도를 하도록 역할을 분담했다”며 “일주일에 한 번 방역을 진행하고 있고 교실 내 거리두기를 위해 필요없는 물건을 다 복도로 빼고 책생을 재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 등교점검을 마친 후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조희연 “기도하는 마음으로 고3 등교 맞아”

이날 이 학교를 방문해 방역 상황을 점검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고3 등교를 맞았는데, 학교에서 확진자가 한 명도 안 나오길 바란다”며 “방역과 학업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는 위대한 길을 학교 구성원들이 내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과학기술직업전문학교와 삼성서울병원 등 서울 내 감염자 발생과 관련해서는 “오늘 오전에 직업학교 상황을 확인했는데 심각하다고 판단되는 사례는 없었다”며 “삼성서울병원도 교육청이나 학교와 밀접한 관련성은 없는 걸로 파악했고 현재도 예의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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