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국내 최대 음악 서비스 업체인 멜론이 1시간 단위로 순위를 매기는 '실시간 차트'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가요계에 사재기 등을 통한 '음원차트 조작 의혹'에 대한 잡음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고 있다.
멜론을 운영하는 카카오(공동대표 여민수·조수용)는 19일 "상반기 중 멜론 현재의 실시간 차트를 대체할 새로운 차트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1시간 단위로 집계하는 실시간 차트를 24시간 기준 집계 방식으로 변경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신규 차트 서비스는 기존 멜론 일간 차트와 같이 24시간을 기준으로 1곡당 1인당 1회만을 집계하며, 매시 정각에 1시간 단위로 업데이트 한다.
특히 음원 제목 옆에 표시하는 순위 및 순위 등락 표기를 없앤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상당수 음원 플랫폼의 차트 서비스는 음원 제목 왼쪽에 현재 순위를, 오른쪽에는 순위 등락을 표기하고 있다.
카카오는 "멜론은 차트 순위 표기를 없애고 차트 집계 기준을 변경함으로써 순위 경쟁에 대한 몰입을 낮추겠다"면서 "차트가 다른 이용자들의 관심을 통계로 보여주고 트렌드를 발견하게 만드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기존 음원 사이트의 1시간 단위 실시간 차트는 특정 팬덤에 의해 순위가 좌지우지(총공)되거나, 바이럴 마케팅을 통한 왜곡이 일어날 확률이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실제 대중의 관심과는 순위가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실시간 차트' '톱100 전체재생'이라는 양대산맥 구조에 익숙해진 대중의 취향을 새롭게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앞서 음악 서비스 3·4위인 플로와 바이브가 실시간 차트를 폐지를 폐지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시장 점유률 4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업계 1위 멜론이 이 흐름에 가세하면서 음원업계 지형은 더 급속하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순위 경쟁 등으로 일부 가수의 불필요한 사재기 의혹을 방지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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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을 매니지먼트하는 중견 기획사 관계자는 "소셜 미디어 등에서 우리 가수들의 곡에 대한 반응은 좋은데 차트에는 반영이 되지 않아 아쉬웠다"면서 "취향 반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는데, 최근 변화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멜론의 이번 개편에서 또 눈길을 끄는 것은 이달 초 '톱100 재생' 버튼을 없애고 '셔플재생' 기능을 기본 재생 방식으로 채택했다는 것이다. 청취자가 차트 상위권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한 곡을 감상하실 수 있는 조치라는 설명이다.
카카오는 "셔플 재생을 기본으로 설정하면 차트 중하위권의 음원도 이용자를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가 늘어남으로써 더 다양한 음원들이 이용자를 만날 수 있어 차트의 다양성과 자연스러운 변화를 높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상당수 음원 서비스의 차트 음원 재생 방식은 차트 상위권 음원부터 재생되는 구조다. 한번 차트 상위권에 오르면 지속적으로 반복 재생, 차트 상위권을 유지하기가 용이하다. 카카오는 "셔플재생은 차트 중하위권의 음원을 발견하게 만드는 동시에 편견 없는 감상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음원사이트들의 차트의 개편으로, 또 기대되는 점은 수익 배분 공정성이다. 그간 가요계에서는 왜곡된 음원차트와 수익 분배 개선을 위해서 다양한 시도가 이뤄져왔다. 특히 2012년 현대카드 뮤직은 판매금액의 80%가 뮤지션에게 돌아가는 음원프리마켓을 시도하기도 했다.
바이브는 상반기 중에 새 음원 사용료 정산 시스템 '바이브 페이먼트 시스템'(VPS)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용자가 낸 스트리밍 요금이 이용자가 실제로 들은 음악의 저작권자에게만 전달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그간 국내 음원 사이트들은 전체 음원 재생 수에서 특정 음원의 재생 수의 비중을 계산, 음원 사용료를 정산하는 방식 '비례배분제'를 채택해왔다. 음원 정산액이 특정 가수의 음악을 들은 이용자의 규모보다 플랫폼 전체의 재생 규모에 맞춰져 있었다. 재생수가 많은 가수에게 더 큰 비율이 적용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서울=AP/뉴시스] 스포티파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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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음악 저작권 신탁단체와 음원사들 안에서도 다양한 이해 관계가 얽혀 있어, 협의에는 어느 정도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음원사이트들의 변화의 바람은 '글로벌 시대' 경쟁력 강화의 차원이기도 하다. 올해 '음원계의 넷플릭스'로 통하는 스포티파이의 국내 진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스포티파이는 지난 1월 한국법인을 설립했다.
2008년 스웨덴에서 처음 선보인 스포티파이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다. 최근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비롯 K팝의 스트리밍이 눈에 띄게 늘면서 한국시장 진출을 탐색해왔다. 이용자의 취향을 철저하게 분석해 제시하는 음원추천 기능이 개인에게 안성맞춤이라는 평이다. 최근 국내 음원 플랫폼도 추천 형태인 '큐레이션 형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다만 스포티파이가 국내 시장에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K팝 음원 확보가 우선이다. 한국 시장은 해외 팝보다 자국의 가요를 더 많이 소비하는 구조다. 지난 2016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애플뮤직은 한국 가요의 확보에 난항을 겪으며, 아직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했다.
가요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음악 시장 규모는 K팝의 부상과 함께 세계 6위까지 올라왔다. 최근 일련의 변화와 흐름에 대한 다양한 논의는 시장의 성숙도를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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