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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고속도로' 세계 최고지만···달릴 'AI'가 없다[서울포럼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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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AI 인재 경쟁력 5.2점에 불과

기업 기술력도 美·中에 한참 밀려

서울경제


미국이 화웨이에 자국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 공급을 차단하고 나서면서 미중 무역분쟁은 다시 재점화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을 ‘기술 냉전(Tech Cold War)’이라고 명명했다. 표면은 관세 전쟁이지만 사실 내면은 국가 안보까지도 위협할 수 있는 기술을 둘러싼 다툼이다. 그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가 맞이한 ‘뉴 노멀’ 시대의 패권을 가를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인공지능(AI) 경쟁력이다. AI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미리 경고했을 뿐 아니라 향후 비대면 서비스 확대 등으로 그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에 따르면 AI는 오는 2030년까지 세계 국내총생산(GDP)에 13조달러 이상 기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정부도 5세대(5G) 이동통신과 AI 활용을 골자로 하는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내 산업은 여전히 높은 현실의 벽을 마주하고 있다.

세계 최초 5G를 도입한 국가라는 위상에도 정작 5G라는 수단을 통해 구현할 AI 분야에서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에도 밀리고 있다. AI 학회인 인공신경망학회와 국제머신러닝학회의 ‘2019년 글로벌 기업별 AI 리서치 순위’에 따르면 한국 기업은 2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반면 미국과 중국 기업은 각각 10개, 4개가 포함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말 AI 전문가 30인에게 물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AI 인재 경쟁력을 10으로 볼 때 한국은 5.2점에 불과했다. 중국(8.1)뿐 아니라 일본(6.0)에도 뒤처진 원인으로는 ‘실무형 기술인력 부족(36.7%·복수응답)’과 ‘선진국 수준의 연봉 지급의 어려움(25.5%)’ ‘대학원을 포함한 전문 교육기관 및 교수 부족(22.2%)’ 등이 지목됐다. 인재 양성 및 확보뿐 아니라 국내에 유치하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세계 각국으로 뺏기고 있다. 실제로 인공신경망학회와 국제머신러닝학회가 파악하고 있는 전 세계 AI 전문인력 2만2,400명의 활동 국가를 살펴보면 미국이 46%로 가장 많았고 2위인 중국은 11.3%, 영국은 6.6%를 차지했다. 10위인 한국에서는 불과 1.8%의 인력만이 활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대기업들은 AI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교육 과정 개편 및 대학 내 관련 학과 신설이 늦어진 것도 있지만 기업들의 투자를 위축시키는 각종 규제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의 지원이 늘고 있지만 경쟁자인 미국·중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나마 위안인 것은 AI 강국이 되기 위한 요건들 가운데 5G 이동통신 경쟁력과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퓨리서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스마트폰 보급률에서 95%로 이스라엘(88%)과 네덜란드(87%) 등을 따돌리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반도체 업계는 그동안 메모리 분야에 집중했던 역량을 비메모리로도 확대한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시설 투자 및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학가에도 반도체 학과 신설 바람이 불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고려대와 반도체 공학과 개설 협약을 체결했다. 이밖에 13개 대학이 올해 2학기부터 비메모리 분야인 시스템반도체 설계(팹리스) 인력 양성을 위한 설계전공 과정을 개설한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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