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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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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마진 최악"…정유社 유가 올라도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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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올해 1분기 창사 이래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국내 정유사의 2분기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1분기 대규모 적자의 원인이 됐던 '재고평가손실'은 줄었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석유제품 소비 감소와 중국의 물량 공세로 정유사 손익의 핵심 지표로 꼽히는 '정제마진'이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정유 업계에 따르면 5월 둘째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1.6달러로 9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값으로, 정유 업계 수익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꼽힌다. 국내 정유 업계는 손익분기점이 되는 정제마진을 배럴당 4달러 선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이후 현재까지 정제마진이 배럴당 4달러를 넘기지 못했다"며 "특히 3월 이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석유제품 소비가 급락해 정제마진이 연속해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인 4달러는커녕 마이너스에 머물면서 정유사들은 제품을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정제마진이 9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올해 1분기 국내 정유사들은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재고 관련 손실이 크게 발생했다. 국내 정유사가 산유국에서 원유를 선적해 제품으로 생산하기까지 약 1개월 소요되는데, 이 기간에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 정유사들은 원유 도입 가격보다 싼값에 석유제품을 판매할 수밖에 없는 만큼 손해가 발생한다.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석유 부문 적자는 1조6000억원에 달했는데, 이 중 1조원이 재고 관련 손실 영향이었다. 에쓰오일과 GS칼텍스의 1분기 적자 중 70~80% 모두 재고 관련 손실이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정유 업계는 재고 관련 손실보다 실적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정제마진이라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국내 정유 4사의 하루 원유 정제량이 250만배럴이라고 할 때, 중동에서 들여오는 시간이 한 달가량 걸리는 만큼 재고를 고려하면 25일 동안 보유한 원유 재고량은 6250만배럴에 달한다. 이때 국제 유가가 1달러 떨어지면 국내 정유사는 대략 650억원 손해를 보게 된다. 1분기 유가가 40달러가량 떨어진 만큼 국내 정유사는 재고 관련 으로만 2조6000억원 적자를 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는 국내 정유 4사의 재고 관련 손실과 거의 일치한다"고 말했다.

정제마진이 정유사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국제 유가보다 크다. 연간 기준으로 정제마진이 1달러 오르면 국내 정유사의 정제 능력을 고려했을 때 약 1조원의 이익이 발생한다. 즉 국제 유가가 1달러 떨어지면 650억원 손실이 발생하지만 정제마진이 1달러 떨어지면 1조원에 달하는 손익이 발생하는 셈이다. 정유 업계는 정제마진이 정유사 실적에 기여하는 수준은 국제 유가와 비교했을 때 20배 이상 된다고 보고 있다. 정유사들은 유가가 바닥을 친 만큼 2분기에는 1분기와 같은 재고 관련 손실이 발생하지는 않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석유제품 소비 급락과 중국발 물량 공세가 강화되면서 정제마진이 계속해서 손익분기점인 4달러를 넘기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마진이 많이 남는 휘발유와 항공유가 4월에 이어 5월에도 여전히 소비가 이뤄지고 있지 않아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인 4달러를 회복할 가능성이 낮다"며 "코로나19 확산세를 봤을 때 6월 이후에나 소비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2분기 정유사 실적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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